"너무 오래 쉬었는가봐요".
포스트시즌에서 경기 후 승장 인터뷰는 항상 분위기가 화기애애합니다. 그때는 말주변이 없던 감독들까지 승리의 분위기 속에서 유머러스해지곤 합니다.
지난 26일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의 한국 시리즈 2차전이 삼성의 2대1 승리로 끝난 뒤 승장 인터뷰도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화기애애했습니다. 그리고 류중일(48) 삼성 감독의 결정적인 한 마디가 인터뷰실의 기자들을 폭소케 했습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수훈 선수들에 대한 훈훈한 질문이 끝난 뒤 피해갈 수 없는 껄끄러운 질문이 나왔습니다. 바로 이날 아웃카운트 하나 없이 2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부진했던 삼성의 불펜 투수 정현욱(33)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류 감독은 잠깐 생각해보더니 대뜸 "시즌 끝나고 너무 오래 쉬었던 것 같다"고 말을 꺼냅니다. 류 감독은 "정현욱의 시즌 모습을 생각해보니 오래 쉬면 못 던졌다. 계속 내보내야 밸런스도 좋고 잘 던지더라. 많이 써먹어야 하는 것 같다"고 농담 섞인 분석을 내놨습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 사이에선 한 가지 단어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정현욱의 별명인 '노예'죠. 정현욱은 불펜으로서 불리는 대로 자주 마운드에 등판한다고 해서 안쓰러움이 담긴 '정노예'라는 별명이 붙었는데요. 류 감독의 발언이 묘하게 별명과 어우러져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정현욱은 올 시즌 59경기에 나와 4승3패 1세이브 24홀드 평균자책점 2.36을 기록했습니다. 정현욱은 59경기 중 단 13경기에서만 실점을 허용했습니다. 그리고 그중 6경기가 이틀 이상 휴식 후 등판에서 실점한 경우입니다. 특히 2점 이상 실점한 4경기 중 3경기가 각각 5일, 10일, 4일 만에 등판한 날 기록한 것입니다.
정말로 정현욱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는 근성을 타고난 것일까요. 삼성 투수들 중 가장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정현욱인 만큼 등판하지 못하면 몸이 근질거릴 것 같기도 합니다. 26일 2차전에서 몸을 푼 정현욱이 3차전 이후로 내리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 가을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