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활약이 MVP 레이스에도 영향을 미칠까.
MVP는 페넌트레이스 성적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포스트시즌 활약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2004년 삼성 배영수가 한국시리즈에서 10이닝 노히트 피칭을 한 것은 그해 MVP 수상에서 중대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올해 한국시리즈는 MVP 레이스에서 어떠한 변수로 작용할까.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최고 활약을 한 선수는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었다. 오승환은 1~2차전 2경기 연속 세이브를 거두는 등 3⅓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가공할 만한 위력을 떨쳤다. 삼성이 자랑하는 '지키는 야구' 끝판대장으로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이고 있다.

4번타자 최형우도 2경기에서 6타수 2안타 타율 3할3푼3리를 기록 중이다. 볼넷 2개를 포함할 경우 출루율은 무려 5할이나 된다. 안타 2개 모두 2루타로 연결됐으며 2경기 연속 결승 득점까지 성공했다. 화끈한 한 방은 없지만, 공격의 포문을 뚫으며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오승환과 최형우가 한국시리즈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상대적으로 시리즈에 오르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년 만에 트리플 크라운 포함한 투수 4관왕을 달성한 윤석민(KIA)이나 타격 3관왕의 이대호(롯데)가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아직 한국시리즈는 끝나지 않았다. 오승환과 최형우가 남은 경기에서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면 한국시리즈 MVP는 물론 시즌 MVP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한국시리즈의 잔향이 투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처럼 경쟁자들의 각 분야에서 활약한 성적과 성과가 엇비슷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이 곧 시즌 MVP로 이어지는 건 아니었다. 지난해까지 역대 29차례 MVP 중 우승팀에서 배출된 것은 모두 11차례. 한국시리즈에서 좋은 활약을 한 선수는 시즌 MVP가 아니라 시리즈 MVP를 받았다.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MVP를 동시석권한 선수는 아직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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