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었다.
삼성은 지난 26일 SK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짜릿한 2-1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삼성 류중일 감독은 "6회 2·3루 위기에서 올린 권오준이 실점없이 막은 것이 컸다"고 말했다. 6회 1사 2·3루 위기에서 등판한 사이드암 권오준(31)이 안치용-김강민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운 게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다는 뜻이었다.
삼성은 6회초 위기를 막은 뒤 6회말 반격에서 배영섭의 2타점 적시타로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팀 동료 신명철은 "1점만 주자는 생각이었는데 정말 잘 막았다. 위기를 넘기는 순간 이긴다는 확신이 들었다. 2차전 실질적인 MVP는 권오준"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류 감독과 신명철의 말대로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양 팀 모두 불펜이 막강하기 때문에 선취점이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더군다나 6회까지 스코어가 0-0이었다. 하지만 권오준은 안치용을 바깥쪽 꽉 차는 144km 직구로 스탠딩 삼진 처리한 뒤 김강민을 몸쪽 떨어지는 126km 서클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잡았다.
김강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순간 권오준은 불끈 쥔 오른 주먹을 허공을 향해 힘차게 내리꽂았다. 류중일 감독도 주먹을 불끈 쥐었고 그 순간 경기는 삼성에게 넘어왔다. 권오준은 세레머니에 대해 "일부러 하려 했던 건 아니다. 밸런스가 좋으면 나도 모르게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시리즈에서 권오준의 어퍼컷 세레머니는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2005~2006년 삼성이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할 때도 권오준의 어퍼컷 세레머니가 있었다.
2005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 1-0으로 리드한 6회 1사 3루 긴박한 상황에서 등판한 권오준은 김동주에게 볼넷으로 보냈지만 홍성흔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김동주의 2루 도루로 이어진 2·3루 위기에서도 안경현을 헛스윙 삼진 요리했다. 안경현을 삼진 처리한 후 권오준은 어퍼컷 세레머니와 함께 힘차게 덕아웃을 향했다. 삼성은 3차전에서 6-0으로 이겼고, 결국 4전 전승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006년 한화와 한국시리즈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3-0으로 리드하던 5회 2사 만루 위기에서 구원등판한 권오준은 한화 4번타자 김태균을 상대로 직구 3개로 정면승부하며 스탠딩 삼진처리했다. 148km-147km-149km 직구에 김태균은 방망이 한 번 휘두르지 못하고 당했다. 권오준은 세레머니 후 광속으로 덕아웃에 들어갔다. 삼성은 3차전에서 승리한 뒤 시리즈 전적 4승1패1무로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했다.
한국시리즈 통산 18경기에서 2승5홀드 평균자책점 1.88. 권오준은 "큰 경기에 나서면 뭔지 모르게 신난다. 벤치에 있으면 더 불편하고 힘들지만 마운드에 오르면 신난다"고 말한다. 권오준의 어퍼컷 세레머니가 이번에도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 상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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