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투수진이 강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을 것입니다. 올 시즌 삼성의 팀 평균자책점은 3.35로 8개 팀중 1위입니다. 이 정도 기록이면 역대 정규 시즌 최고로 좋았던 팀 평균자책점과 비교하면 그다지 뛰어나지 않습니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하던 84년 OB 베어스는 2.53과 86년에 2.61를 기록해 역대 최고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SK를 상대로 1차전에서 2-0, 2차전에서는 2-1로 이겼습니다. 단 한점만 내준 두 경기에서 주목할 부문은 삼성의 탈삼진이 두 경기 합쳐 29개나 기록한 것입니다. 두 게임 중 한 경기는 몽땅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처리하고 삼진 두개가 넘쳤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장원삼(탈삼진 11개)-권오준(2개)-안지만(1개)-정현욱(없음)-오승환(4개)으로 이어진 2차전 삼성의 마운드는 무려 17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수립했습니다. 91년 삼성-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삼성이 기록한 16개, 지난해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16개의 삼진을 당했던 삼성이 부끄러운 기록을 남겼다가 이번에 SK에 넘겨줬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지난 1968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월드시리즈 대결에서 기록한 한 게임 17개의 탈삼진 기록을 수립한 게 최고 기록입니다.
당시 최고 타자 피트 로즈(신시내티 레즈)와 함께 뛰었던 우완투수 흑인 밥 깁슨(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정규 시즌 22승19패, 평균자책점 1.12로 사이영 상 수상과 내셔널리그 MVP에 선정된 빼어난 히어로로 시리즈 2승 후 최종 7차전 마지막 경기에서 패전투수가 됐으나 첫 경기에서 17개 삼진을 뽑으며 팀의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밥 깁슨은 세인트루이스가 60년대 강자로 자리잡는데 크게 기여해 64년과 67년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를 제치고 우승하는데 결정적 공헌을 하고 생애 251승 174패로 명예의 전당에 지난 81년 헌액됐습니다.
스트라이크 아웃이 많으면 보는 사람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조마조마하게 이어가는 경기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투수가 삼진을 잡으면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두 경기를 이겨 우승이 확실해진 삼성이라도 두 경기에서 SK와 비슷하게 삼진을 15개나 당하고 이긴 것은 그다지 자랑스럽지 않습니다.
/OSEN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