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과 태양의 그림자.
2011 한국시리즈는 흥미로운 초보의 대결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과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초보 운짱이다. 류중일 감독은 초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자신감과 탁월한 용병술까지 보여주며 명장의 길을 열고 있다. 이만수 대행은 덕아웃에서 특유의 활달함으로 리더십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1~2차전을 먼저 내줬지만 그대로 물러서지 않는 뚝심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그러나 2011 한국시리즈는 전임 감독이 남긴 '유산의 대결'이기도 하다. 현재 두 팀이 벌이는 강력한 불펜야구는 김성근 전 감독과과 선동렬 전 감독(현 KIA 감독)의 역작이다. 두 팀은 1~2차전에 모두 투수전을 벌였다. 2경기에서 득점은 5점에 그쳤다. 타자들보다는 투수들만 보였다. 삼성이 모두 1~2차전을 잡았지만 완벽한 승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투수전을 벌이다 근소한 차로 이겼기 때문이다.

두 팀의 중심축은 불펜에 있다. SK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오느라 타자들이 다소 지쳐있지만 불펜 싸움에서는 밀리지 않았다. 정우람 이승호 정대현 박희수 등 불펜투수들을 가동해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왔고 1~2차전에서 근성을 발휘하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삼성은 2005년~2006년 2연패 당시의 강력한 불펜이 부활했다. '종결자' 오승환을 중심으로 역산의 투수운용을 펼치고 있다. 권오준 안지만 오승환으로 이어지는 필승불펜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특별한 것은 단기전의 성격을 감안해 두 명의 선발을 앞에 배치하는 '이중 선발'을 가동해 불펜 누수를 방지하고 있다. 1~2차전에서 권혁과 정현욱의 흔들림이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야신과 SUN의 능력이 재조명 받고 있다. SK가 롯데를 꺾고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자 "이 대행이 팀을 잘 이끌었지만 이런 불펜진을 만든 김성근 감독도 대단한 사람이다"는 평가가 많았다. 아울러 삼성이 강력한 불펜으로 1~2차전을 잡자 "류감독의 용병술도 뛰어나고 불펜을 만든 선동렬도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두 전임 감독은 석연치 않는 이유로 나란히 옷을 벗었다. 선 감독은 작년 12월 말에 돌연 사퇴했고 김 전 감독은 지난 8월 사퇴소동을 벌인 끝에 물러났다. 미망의 퇴진이었지만 2011 한국시리즈에서 두 인물은 되살아나고 있다. 야신과 SUN이 능력 때문에 물러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증명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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