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타자는 한마디로 독특한 직업(?)이다. 글러브 없이 야구 할 수 있는 포지션이 지명타자이기 때문이다. 외적으로 판단했을 때 투수대신 타석에 나서는 반쪽 야구선수이지만 그들의 역할은 공격력에 심장이 되는 것이다.
28일 인천문학 경기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SK 와이번스의 지명타자로 나선 최동수는 SK 타선의 심장이었다. 1-0의 박빙 리드속에 팽팽하게 흐르던 5회말 공격. 최동수는 삼성의 선발 저마노의 142 km짜리 직구를 정확히 받아 쳐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경기흐름을 SK쪽으로 가져왔다.
반면 삼성의 지명타자인 정규시즌 홈런왕 최영우는 이날 병살타를 포함해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특히 8회 초에는 1사 주자 1,3루 상황에 타석에 나와 내야 플라이아웃으로 물러나며 살아날 듯 한 삼성의 공격력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그는 해결사가 아닌 허당이 되었다.

1, 2차전과 비슷하게 양팀 투수들의 역투는 계속 되었지만 3차전의 결과는 양팀 지명타자들의 배트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였다. 그리고 경기를 결정 지은 ‘한방’은 정규시즌 홈런왕 삼성의 최영우가 아닌 SK 최고참 최동수의 배트에서 나왔다. 경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있는 결과였다.
현대야구에서 지명타자 기용방식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경기상황 즉 상대팀 선발투수가 누구냐에 따라 맞춤형 형식에 지명타자가 대세인 것이다. 미국 프로야구 아매리칸리그 동부 디비젼을 우승한 뉴욕 양키스 같은 경우에 올해만 10명이 넘는 타자들을 기용했다. 발이 느리고 수비가 약한 선수가 차지하는 포지션이 아닌 그날 감독의 전략을 잘 수행할 타자가 차지하는 자리가 바로 지명타자이다.
그리고 이만수 SK 와이번스 감독은 꼭 이겨야 했던 한국시리즈 3차전 경기에 최동수 카드를 내세우며 한국시리즈 반격에 성공했다. 이에 부응해 최동수는 한국시리즈 역사상 최고령 홈런을 기록하며 맏형 노릇을 해냈다. 한국시리즈는 전쟁이다. 그리고 오늘의 승자는 최고령 지명타자의 배트를 앞세운 SK였다.
대니얼 김 (OSEN 객원 칼럼니스트) 전 뉴욕메츠 직원 / 신시네티 REDS 스카우팅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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