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 이만수(53, SK 와이번스) 감독대행이 또 다시 그라운드로 뛰어나갔다. 이번에는 퇴장을 감수한 저돌적인 모습까지도 불사했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2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구심의 볼 판정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심판의 고유영역인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대한 항의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가장 큰 이유는 볼 판정 때문이었다. 4회초 2사 2루 진갑용 타석이었다. 볼카운트 1-0에서 2구째 송은범의 직구가 바깥쪽 낮게 스트라이크존 근처로 들어갔지만 구심을 맡은 나광남 심판원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이에 포수 정상호가 한참 동안이나 미트를 움직이지 않으며 아쉬워했다. 그러자 나광남 주심이 정상호에게 주의를 주는 과정에서 짧은 언쟁이 있었다. 그 모습을 발견한 이만수 감독대행과 이철성 수석코치는 부리나케 뛰어가 나광남 주심에게 항의했다.
그러자 3루심 임채섭 심판원과 1루심 최규순 심판원까지 홈으로 모여 항의에 대해 설명했다. 항의와 설명 과정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고, 이만수 대행도 수긍하고 돌아서면서 일단락됐다.
경기 후 이만수 감독대행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뛰어나갔다. 사실 내가 퇴장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우리 선수는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차라리 나를 퇴장 시켜라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이만수 감독대행이 살신성인의 자세로 퇴장을 감수하면서까지 나선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정상호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전경기를 출장하고 있다. KIA와 준플레이오프부터 삼성과 한국시리즈까지 12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이 감독대행은 "우리 팀 선수들 중에서 가장 힘든 이는 정상호다.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지난번 1차전을 마치고 정상호 방에 직접 찾아갔다. 힘들지만 좀 뛰어줄 수 있겠냐고 사정했다. 정상호도 뛰겠다고 말해 너무 고마웠다. 정말 좋은 선수"라며 칭찬을 넘어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정상호는 공을 잡는 것 뿐만 아니라 28일 3차전에서는 4회 홈으로 파고들던 강봉규와 정면 충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자신의 몸이 날아가던 순간 정상호는 끝까지 손에서 공을 놓지 않으며 실점을 막았다.
이 감독대행도 "4회 실점을 하지 않은 것이 크다. 박재상이 잘 던지기도 했지만 정상호가 어려운 바운드를 잘 잡아 실점을 막았다"면서 "아마 4회 실점을 했다면 3차전은 졌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무엇보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아직 감독으로서 부족한 경험과 어려운 팀 내 분위기와 환경 가운데서도 자신을 낮추고, 때로는 나를 버려서라도 선수들을 지키려는 살신성인의 마음을 보여 SK를 한국시리즈까지 끌어올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agass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