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고개 숙인 사자' 권혁, 자신감 회복 급선무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0.29 12: 07

언제쯤 '가을 잔혹사'를 종결지을 수 있을까.
삼성 라이온즈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경기당 1점만 허용하고 있을 정도로 마운드가 탄탄하다. 선발로 나서는 투수들이 연일 호투를 펼치고 거기에 명품 불펜진 역시 SK 와이번스 타자들을 거의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의 귀중한 '좌완 특급' 권혁(28)은 여전히 아픈 손가락이다. 올 시즌 권혁의 시즌 성적은 1승 3패 19홀드 평균자책점 2.79로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삼성 류중일 감독은 선발 차우찬을 한국시리즈 동안 불펜으로 돌리는 강수를 뒀다. 권혁만으로는 좌완 불펜이 약하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대신 권혁은 좌완 원포인트로 나서고 있지만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권혁은 지난 25일 대구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2-0으로 앞선 8회 2사 후 좌타자 박재상을 막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으나 곧바로 우전 안타를 허용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결국 오승환이 곧바로 마운드에 올라와 1⅓이닝을 막아냈다.
또한 28일 문학 3차전에선 1-2로 뒤진 8회 2사 3루에서 좌타자 박정권을 막기 위해 등판했지만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진 임훈과 승부에서 권혁은 3루 쪽 안타성 타구를 얻어 맞았지만 입단 동기 조동찬의 다이빙 캐치에 힘입어 위기를 넘겼다. 조동찬의 호수비가 없었다면 꼼짝 없이 추가 실점할 상황이었다.
지금까지는 권혁의 가을 잔혹사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권혁은 지난해 두산과 플레이오프에 3경기에 나서 ⅔이닝 2피안타 4볼넷 2실점으로 부진했다. 1차전 9회 1사 1,2루에서 공을 떨어뜨려 보크를 범한 뒤 꼬이기 시작했다. 또한 SK와 한국시리즈에서도 회복되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성적은 ⅔이닝 1피안타(홈런) 2볼넷 2실점. 결국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권혁은 1⅓이닝 3피안타 6볼넷 4실점 평균자책점 27.00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사실 권혁이 큰 경기에 약한 체질은 아니다. 2004년 현대와 한국시리즈에는 6경기에 등판, 8⅔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2.08의 짠물투로 1홀드를 기록했다. 또한 2006년에는 2경기에 등판해 1이닝 무실점 1승으로 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지난해 플레이오프 부진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꾸준히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류중일(48) 감독은 한국시리즈 3차전이 끝난 뒤 "자신감 문제 아니겠냐"면서 "권혁이 좋은 볼을 갖고 있는데 자신감이 좀 떨어진 게 흠이다. 그걸 극복해야 할 것 같다"고 걱정 어린 말을 했다. 이어 " 볼넷도 내주고 잘 맞은 타구도 나왔지만 결국 고비를 넘겼으니 다음 등판에는 더 잘 던져주지 않을까 생각 한다"고 여전한 믿음을 드러냈다.
삼성이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권혁의 부활이 필수적이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좌완은 권혁과 차우찬, 장원삼 뿐. 이중 장원삼은 선발 요원이고 차우찬은 1차전에 불펜으로 나서 3이닝 퍼펙트로 승리에 다리를 놓았다.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5차전 선발로 나설 예정. 결국 삼성에 좌완 불펜은 권혁 혼자 남는다. 뛰어난 좌타자가 즐비한 SK를 넘어서기 위해서 권혁의 자신감 회복과 분발이 절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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