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있었던 월드시리즈 6차전 9회 말을 기억해보자. 텍사스 레인저스는 구단 역사상 첫 월드시리즈 타이틀을 스트라이크 하나만 잡으면 움켜 잡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때쯤 MLB 사무국직원이 레인저스 덕 아웃 뒤 편 대기 중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직원 손 안에는 텍사스의 우승을 기념하는 정식 라이센스 모자와 티셔츠들이 있었을 것이다. 당시 계획은 우승 즉시 필드에서 선수들에게 모자와 티셔츠를 나눠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홈팀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협(?) 해 주지 않았고 결국 월드시리즈 타이틀의 운명은 텍사스 레인저스에게서 잔인하게 비껴 나가고 말았다. 카디널스는 한편의 영화처럼 극적으로 역전에 성공하였고 그리고 다음날 7차전까지 역전승 하며 월드시리즈를 훔치고 말았다.
그렇다면 그 전날 MLB 사무국 직원 손안에서 대기 중이던 텍사스 우승(?)기념 티셔츠와 모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한동안 메이저리그에서는 월드시리즈 직후 폐기 처리되는 것이 관례였다. 잘못하면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멀쩡한 새 옷과 모자를 버린다는 것은 큰 낭비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바로 아프리카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월드비전과 손을 잡고 월드시리즈 이 후 사용할 수 없는 우승기념 티셔츠와 모자들을 아프리카에게 보내기로 하였다. 시즌마다 시기와 수량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월드시리즈 우승기념 상품들은 포스트시즌이 시작하기 바로 직전에 제작된다.
그 뜻은 포스트시즌에 진출에 성공한 8개 팀들의 우승기념 상품들이 제작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수량은 팀마다 288개에 달한다고 한다. 당연 우승팀은 단 하나! 결국 2016장의 티셔츠/모자 세트가 아프리카에 보내지게 되는 것 이다.
실제로 2007년에는 홍수에 큰 피해를 입었던 가나에게 보내지기도 하였고 보내지는 국가는 그 해 상황에 따라 정해진다고 한다.
야구는 때론 잔인한 스포츠 이다. 우승을 코 앞에 두고 결국 무릎을 꿀게 된 텍사스 레인저스. 그러나 야구도 인생도 내일은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뼈아픈 실패와 패배를 경험해도 내일이 있기에 다시 일어나야 하는 것이 야구이고 또 인생이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 하는 것에 만족해야 하지만 많은 야구 팬들은 그들의 투혼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 이다.
그리고 아프리카 어는 한구석에선 어느 누군가가 그들의 챔피언십 티셔츠와 모자를 자랑스럽게 입고 쓰고 다닐 것이다.
대니얼 김 (OSEN 객원 칼럼니스트) 전 뉴욕메츠 직원 / 신시네티 REDS 스카우팅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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