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매우 거칠면서도 섬세하다. 9이닝 양쪽 합쳐 54개의 아웃카운트가 나오기까지 승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아웃 카운트가 꼭 발생한다.
2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도 승패를 판가름한 아웃 카운트가 나왔다. 주인공은 삼성 구원투수 안지만과 SK 3루 주자 최정이다.
상황은 이랬다. SK는 1-5로 뒤지며 패색이 짙던 7회말 박재상의 스리런 홈런포로 4-5로 추격했다. 계속된 최정과 박정권의 연속안타로 무사 1,3루를 만들었다. 최소 동점 또는 역전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러자 삼성은 든든한 셋업맨 안지만을 등판시켰고, SK는 타석에 안치용이 들어섰다.

안지만은 안치용을 상대로 초구 144km 몸쪽 직구를 던져 평범한 3루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삼성 3루수 박석민이 3루 베이스 보다 한발 정도 앞으로 당긴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SK 3루 주자 최정이 갑자기 홈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삼성 3루수 조동찬은 차분하게 포구한 뒤 공을 포수 진갑용에게 던졌다. 최정은 홈플레이트에 다다르기도 전에 진갑용이 공을 잡자 갑자기 방향을 바꿔 3루 베이스로 돌아갔다. 협살에 걸린 최정은 조동찬에게 태그 아웃을 당하면서 순식간에 1사 1,2루가 됐다. 이 상황은 4차전에서 가장 중요했다.
그렇다면 삼성 투수 안지만이 잘 던져 삼성의 승리를 지켜냈다는 말이 맞은 것일까. 아니면 SK 주자 최정이 주루 플레이를 잘못해서 패한 것일까.
▲안지만이 잘 던졌다
먼저 승장 류중일 삼성 감독은 안지만이 잘 던진 것에 박수를 보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7회 위기에서 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가벼운 미소를 보였다.
그럴 만도 했다. 신명철과 최형우의 홈런포 덕분에 5-1로 달아나 손쉬운 승부를 예상했지만 정인욱이 3점 홈런을 맞은 데 이어 권혁마저 안타를 맞아 단숨에 역전 위기까지 몰렸다.
보통 무사 1,3루는 실점 가능성이 높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가장 허망한 실점은 상대에게 안타 또는 홈런을 맞는 것이다. 아니면 큼지막한 외야 플라이를 내줘 3루 주자를 허용하는 것이다. 아니면 깊숙한 내야 땅볼 역시 실점이 될 수도 있고, 폭투도 인한 실점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이 경기 후 밝혔듯이 스퀴즈 번트도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삼성은 이런 최악의 악조건 속에서도 최상의 결과를 만들었다. 내야 땅볼 유도 후 3루 주자를 런다운 플레이로 잡고 주자는 1,2루에 묶어 두면서 후속 타자 때 병살 플레이가 가능하게 했다. 이윽고 최동수의 병살타까지 나와 역전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겼다.
이에 대해서 류 감독은 "안지만이 잘 막아줘서 '역시 안지만'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경기는 그것 때문에 이기지 않았나 싶다"며 안지만이 잘 던진 것에 초점을 맞췄다.

▲최정의 주루 플레이 실책이다
반면에 최정의 주루 플레이를 꼬집는 이들도 있다. SK는 역전 찬스를 잡았다. 무사 1,3루는 득점이 나올 수 있는 최고의 시나리오였다. 적시타는 기본이요. 외야 플라이, 깊숙한 내야 땅볼, 더블 스틸, 스퀴즈 번트도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안치용의 3루 방향 내야 땅볼 때 예상치 못한 3루 주자 최정의 플레이로 분위기가 순식간에 삼성으로 넘어갔다.
만약 최정이 홈으로 뛰지 않고 3루 베이스를 지켰다면 어떻게 됐을까. 안치용의 타구는 약간 느리게 굴러왔기 때문에 1루에서만 안치용이 아웃 될 가능성이 높았다. 즉, 1사 2,3루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병살타 위기를 극복하고 또 다시 최소 외야 플라이 하나로 5-5 동점까지도 예상할 수 있었다. 적시타가 나왔다면 역전도 가능했다. 그랬다면 SK는 곧바로 필승조를 투입해 승리를 지켜냈을 시나리오를 구성해 볼 수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 동안 OSEN 스페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은 이 상황에 대해 "안지만이 잘 던졌다기 보다 최정의 주루 실책이 더 컸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자가 당연히 3루 베이스에 붙어 있었어야 했는데 너무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만수 감독대행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7회에서 안치용이 땅볼을 치면서 경기 흐름이 바뀐 것 같다. 원래 거기서 스퀴즈 사인을 냈는데 삼성에서 견제구를 두 개씩 던지는 바람에 치라고 했다. 최정도 홈에 들어오면 안 되는데 주루 미스가 안타까웠다. 그런데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안타까워했다.
agass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