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과부하가 걸렸다".
SK가 벼랑 끝으로 몰렸다. SK는 지난 2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4-8로 패하며 시리즈 전적 1승3패가 됐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 플레이오프 5경기 그리고 한국시리즈 4경기까지 모두 13경기를 소화한 SK는 투타에 걸쳐 힘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경기는 1995년 롯데를 비롯해 6개팀이 기록한 13경기. SK는 5차전 결과를 떠나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14경기를 소화한 팀이 된다.
마운드에서 과부하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지금 우리 투수들이 과부하가 너무 많이 걸렸다"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에서 인상적인 투구 내용을 보인 좌완 박희수가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2⅓이닝 동안 4피안타 5사사구를 허용하며 평균자책점 15.43에 그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이만수 대행은 "그렇게 잘 던지던 박희수가 한국시리즈에서는 이전처럼 제구가 되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박희수는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8경기에서 9이닝 191구를 소화하는 강행군을 치르고 있다. 불펜에서 몸 푸는 것까지 고려하면 엄청난 소모. 구위도 구위이지만 제구가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다.
박희수뿐만 아니라 투수진 전체가 강행군으로 지쳐있는 모습이다. 정우람·이승호·윤희상 등 투수들이 이런 저런 부상을 안고 있다. 5차전 선발 브라이언 고든도 1~2차전 불펜등판 탓에 힘이 떨어져있다. 이만수 대행은 "고든이 길게 갔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5회까지 버틸 힘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면 중간투수들이 힘들어 진다"며 걱정을 나타냈다. 오죽하면 "내가 대신 던져주고 싶은 마음"이라고까지 표현할 정도.
투수들 뿐만이 아니다. 야수들도 배트 끝이 많이 무뎌졌다. 4차전에서 4득점했지만 타선이 좀처럼 시원하게 터지지 않는다. "배트 스피드가 떨어져있고, 스윙이 제대로 안 돌아간다"는 평가.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선수들은 "포스트시즌 한 경기는 페넌트레이스 서너 경기 이상을 소화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그만큼 팽팽한 긴장감이 주는 피로도가 극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지지 않는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근래 SK가 3번이나 우승을 했는데 그냥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느끼겠다. 체력이 바닥났는데도 투수들은 잘 던지고 타자들은 한 방이 있다. 역시 SK라는 팀은 강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SK를 이겼으니까 우리가 더 강하다고 봐야하지 않겠나"라며 여유를 보였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삼성은 여유가 있다.
이만수 대행은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잘하고 있는데 그동안 경기를 너무 많이 했다"며 "감독으로서 선수들한테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다. 보약이라도 많이 지어줘야 하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예상을 뒤엎은 SK의 가을 투혼도 체력적인 한계와 과부하 앞에서 점점 사그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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