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하게 묶였던 타선, 욕심내지 않고 가볍게 밀어치는 데 해답이 있었다. 마치 아이폰 잠금 화면을 밀어서 해제하듯, 삼성 타자들은 가볍게 밀어 쳐서 SK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삼성은 29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SK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간만에 폭발한 타선의 힘을 앞세워 8-4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삼성은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3승1패를 기록, 우승을 위한 7부 능선을 넘었다.
무엇보다 삼성의 KS 4차전 승리는 타자들이 밀어치는 타격에 주력한 것이 주효했다. 앞선 3경기에서 총 5점을 냈던 무기력한 모습과는 판이했다. 특히 삼성 우타자들은 SK 선발 좌완 김광현의 공을 최대한 밀어 쳐 우익수 쪽으로 보내려고 노력했다.

1회 공격에서 삼성은 1사 3루 기회를 잡았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선취점 싸움에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았기에 삼성은 무조건 득점을 올릴 필요가 있었다. 이때 타석에 들어선 박석민은 김광현의 바깥쪽 빠른 직구를 마치 방망이를 던지듯 부드럽게 밀어 쳐 우익선상 결승 2루타를 만들어냈다. 절묘한 배트 컨트롤, 그리고 '무욕 타법'이 빛을 발했다. 거기에 2사 2루에서 강봉규마저 김광현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밀어 쳐 추가 타점을 올렸다.
이후 김광현이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삼성 우타자들의 밀어치기는 계속됐다. 결정적인 투런으로 4차전 MVP를 수상한 신명철 역시 본래 진루타가 목적이었다. 2-1로 앞선 4회 무사 1루서 타석에 들어선 신명철에게 나온 사인은 희생 번트. 하지만 SK 내야수의 압박수비에 번트를 실패한 뒤 강공으로 전환해 이재영의 6구를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작렬시켰다.

경기가 끝난 뒤 신명철은 홈런 상황에 대해 "번트에 실패해서 주자만 보내자는 생각에 짧게 밀어치고자 했다"며 "그런데 공이 맞는 순간 생각보다 배트 가운데 맞아서 힘을 실었다"고 설명했다. 생즉사 사즉생, 정확하게 맞추는 데 주력하면 의외로 큰 타구가 나오고 반대로 큰 것을 노리면 정확한 타격이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날 삼성의 우타자들은 모두 10개의 안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밀어서 우익수 쪽으로 보낸 타구는 절반인 5개였다. 그리고 중견수 방면이 하나, 나머지 4개는 잡아당긴 타구였다. 그리고 4개의 잡아당긴 타구 가운데 3개가 내야 안타였다. 결국 잡아당겨서 외야까지 나간 깔끔한 안타는 2회 김상수가 기록한 좌중간 3루타가 유일했다.
경기가 끝난 뒤 공식 인터뷰에서 삼성 류중일(48) 감독은 "타자들에게 특별히 밀어서 치라고 주문한 것은 없다"며 "선수들도 그동안 부진해서 쳐야겠다는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있었기에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았나 싶다"라며 타선의 분발에 흡족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제 남은 건 1승이다. 투수들의 분전 가운데 잠겨서 풀리지 않던 타선도 이제 '잠금 해제'됐다. 어깨에 힘을 빼서 타격의 해법을 찾은 사자들이 잠실에서 과연 'V5'를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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