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밥값한 것 같다".
수화기 너머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경쾌했다. 그동안 쌓였던 아쉬움을 한꺼번에 떨쳐낸 듯 했다. 삼성 라이온즈 강타자 최형우(28, 외야수)가 한국시리즈 우승의 7부 능선을 넘는 쐐기포를 가동했다.
1차전에서 2루타 2개를 터트리며 승리에 이바지했던 그는 2, 3차전에서는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언제나 그렇듯 제 몫을 해줘야 할 선수가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러낸다. 최형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2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4차전에 4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최형우는 1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뒤 3회 2사 후 좌전 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했다. 그리고 5회에는 좌익수 플라이로 침묵했다.
4-1로 앞선 삼성의 7회초 공격. 조동찬과 박석민이 각각 삼진, 3루 땅볼로 물러난 뒤 최형우는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SK 사이드암 이영욱의 1구째 직구(138km)를 힘껏 잡아 당겼다. 120m 짜리 우월 솔로포.
최형우는 이날 쐐기포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8-4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2승 후 1패를 당해 빨간 불이 켜졌던 삼성은 정상 등극에 1승을 남겨 두게 됐다.
최형우는 경기 후 전화 통화에서 "이겨서 좋다. 4차전서 졌다면 힘들었을텐데 이겨서 정말 좋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3차전서 찬스를 살리지 못했던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부담보단 아쉬움이 컸다. 한국시리즈에서 한 방보다 안타, 볼넷에 중점을 맞추겠다고 했지만 4번 타자로서 찬스에서 적시타를 때려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래도 4차전서 쐐기포를 가동해 기쁨 두 배. 그는 "이제 밥값한 것 같다"고 허허 웃었다. 그는 좌타자임에도 불구하고 언더 투수에 약한 면모를 드러냈다. 올 시즌 언더 투수와의 상대 성적은 2할6푼9리(26타수 7안타). 시즌 타율(.340)에 비하면 크게 밑도는 수치. 최형우는 "초구부터 과감히 휘둘렀는데 운좋게 제대로 맞았다"고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뒤늦게 한 방이 터졌지만 최형우는 "홈런보다 팀이 이기는게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더 터지면 좋겠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이기기만 하면 된다". 그의 한 마디에 진심이 묻어났다.
최형우는 "3차전서 못 쳤어도 이겼다면 상관없는데 졌잖아. 아무리 홈런 4개를 때려도 팀이 진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힘줘 말했다. 삼성은 오는 31일 잠실구장에서 5차전을 벌인다. "그래도 잠실구장에서 우승하는게 낫지 않겠냐. 5차전에서 무조건 끝낸다". 그의 머릿 속에는 우승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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