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준비가 됐다", "박주영을 점점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아르센 웽거 아스날 감독이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첼시전(5-3 승)을 앞두고 꺼낸 얘기들이다. 웽거 감독은 26일 볼턴 원더러스와 칼링컵 16강전(2-1 승)에서 잉글랜드 데뷔골을 터트린 박주영의 활약상에 감탄을 자아내며 이 같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연히 박주영의 첼시전 출전은 기정사실로 여겨졌고, 출전시간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지가 관심사였다.
기대와 달리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박주영은 이번에도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뿐 웽거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상황이 좋지 못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첼시를 상대로 아직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검증하지 못한 박주영을 선발로 내보내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치열한 공방전까지 펼쳐졌으니 수비를 빼고 공격을 늘리는 승부수도 어려었다.

덕분에 박주영은 몸도 풀지 못한 채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관객이 되어 버렸다. 문제는 박주영의 이런 상황이 올 여름 아스날의 유니폼을 입은 뒤 반복되고 있다는 데 있다. 박주영이 지금껏 아스날 선수로 출전한 것은 칼링컵 2경기가 전부다. 그 외의 경기에서는 교체 명단에 이름은 올려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이쯤 되면 박주영을 괴롭히는 '희망 고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희망 고문의 해결책은 단순하다. 포기하면 된다. 그러나 연애와 달리 축구는 포기할 수 없다. 더군다나 박주영은 아스날을 자신의 마지막 유럽팀으로 공언한 상황이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한 군 복무가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어려움을 인내하며 기회를 모색하는 수밖에 없다. 박주영에게 다시 한 번 인고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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