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만 되면 펄펄 난다. 삼성에는 꼭 그런 선수들이 있었다.
올해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놀라운 활약을 하고 있는 선수는 내야수 신명철(33)이다. 1차전에서 4회 결승 2타점 2루타를 치더니 4차전에서는 쐐기 투런 홈런을 작렬시키며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한국시리즈 4경기 15타수 3안타로 타율은 2할이지만 1홈런 4타점으로 결정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실 올해 신명철 뿐만이 아니다. 삼성에는 가을만 되면 유독 펄펄 난 선수들이 있었다. 지금도 코치로 삼성에 몸담고 있는 김종훈과 김재걸이 대표적이다.

김종훈은 14시즌 통산 타율이 2할5푼3리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2할8푼6리로 상승한다. 72경기에서 214타수 61안타 4홈런 34타점을 곁들였다. 특히 34타점은 한대화와 함께 역대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타점 공동 5위에 해당하는 기록. 가을만 되면 슬그머니 주전 한 자리를 차지해 결정타를 때렸다. 지난 2005년 두산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연장 12회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다.
김재걸도 만만치 않다. 프로 13시즌간 통산 타율은 2할3푼이었지만, 포스트시즌 38경기에서는 2할9푼2리로 타율이 급상승했다. 65타수 19안타 4타점 12득점 4도루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2005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박종호의 부상을 틈타 잡은 기회에서 12타수 6안타 타율 5할을 쳤다. 2006년에도 한화와 한국시리즈 4차전 연장 11회 결승타로 포효했다.
신명철도 김종훈과 김재걸의 뒤를 잇는 삼성표 가을남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미 2008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6경기에서 23타수 9안타 타율 3할9푼1리 4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른 바 있다. 상대가 방심한 틈을 놓치지 않는 킬러 본능을 지녔다. 1차전에서는 힘이 떨어진 선발 투수 고효준을 무너뜨리더니 4차전에서는 바뀐 투수 이재영을 공략해 승부를 갈라놓았다.
신명철은 "이상하게 나한테 기회가 많이 온다. 기회가 오면 살려야겠다는 생각 뿐"이라며 "한국시리즈라는 큰 경기를 하고 있지만, 크게 긴장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부담은 느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MVP에 대해서는 "거기까지는 욕심이 없다. 팀이 우승만 하면 된다. 난 그걸로 만족한다"며 개인보다 팀을 우선시했다. 그는 2007년 삼성에 합류한 뒤 우승반지가 없다.
김종훈과 김재걸은 나란히 3개씩의 우승반지를 갖고 있다. 모두 가을잔치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주역으로 활약하며 받은 우승반지다. 올해 신명철이 '삼성표 가을남자' 계보를 이어가며 생애 첫 우승반지를 손가락에 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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