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마님의 존재가 든든하다.
삼성이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3승1패로 순항하고 있는 데에는 '안방마님' 진갑용(37)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진갑용이 공수 양면에서 보이지 않는 숨은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시리즈 우승반지 3개를 보유한 베테랑 포수답게 투수리드와 수비에서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35이닝 동안 자책점이 7점밖에 되지 않는다. 팀 평균자책점 1.80. 투수들도 잘 던지고 있지만 포수의 노련한 리드없이는 불가능한 기록이다. 특히 위기마다 삼성 투수들은 더욱 더 강하고 노련했다. 득점권 위기에서 30타수 4안타로 피안타율이 1할3푼3리에 불과하다.
4차전에서 5-4로 쫓긴 7회 무사 1·3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안지만은 첫 타자 안치용 상대에 대해 "몸쪽을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포수 갑용이형이 몸쪽 직구를 요구해서 자신있게 던진 게 통했다"고 설명했다. 투수가 가장 자신있게 던 수 있는 걸 누구보다 잘 파악한다. SK가 4경기에서 무려 45개의 삼진을 당한 것도 진갑용의 투수리드에 완벽히 당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수비에서도 존재감이 대단하다. 2차전에서 8회 최동수의 중전 때 홈으로 파고들던 2루 주자 최정을 중견수 이영욱의 송구를 받아 완벽한 블로킹으로 태그 아웃시켰다. 4차전에서도 7회 무사 1·3루에서 안치용의 3루 땅볼 때 홈으로 들어오다 협살에 걸린 최정을 전력질주로 뒤쫓아 3루로 몰아넣으며 3루수 조동찬의 태그 아웃을 유도하고 주자를 1·2루에 묶었다. SK는 두 차례나 동점주자가 홈에서 진갑용에 의해 막혔다.
타격에서도 14타수 5안타 타율 3할5푼7리로 하위 타순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중심타자 박석민과 함께 팀 내 최고 타율. 타점은 하이지만 득점권에서만 7타수 4안타로 집중력을 발휘 중이다. 4차전에서 투수·3루수·유격수 사이 빗맞은 타구를 치고 1루로 전력질주하며 쐐기점에도 앞장섰다.
진갑용은 시즌 개막 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지난해 준우승에서 '준'자만 빼겠다고 말했는데 약속을 지킬 듯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류중일 감독도 "진갑용은 김상수와 함께 우리팀에서 대체할 수 없는 선수"라며 절대적 신뢰를 보이고 있다. 생애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진갑용의 보이지 않는 존재감이 삼성을 더없이 든든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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