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건 사람이 칠 공이 아니구나 싶었죠".
'돌부처' 오승환(29,삼성 라이온즈)은 타자들에겐 말 그대로 공포의 대상이다. 그가 마운드에 오르면 타자들은 연신 헛방망이질을 하기 일쑤다. 그렇지만 오승환의 공을 전혀 겁내지 않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삼성의 타자들이다. 상대할 일이 없으니 무서울 것도 없는, 말 그대로 든든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 편이다.
올 시즌 47세이브를 올리며 뒷문을 평정한 오승환은 한국시리즈도 명성 그대로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오승환은 한국시리즈서 삼성이 이긴 3경기에 모두 등판, 4⅓이닝 2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2세이브를 따냈다. 자연히 유력한 한국시리즈 MVP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포수를 제외하고 항상 오승환의 공을 등 뒤에서 보기만 했던 삼성 타자들이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며 청백전에서 상대해 볼 기회를 가졌다. 오승환의 강속구를 정면으로 상대해 본 소감은 어땠을까. 31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질 예정인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전을 앞두고 만나 신명철(33)은 "우리 편이라 다행"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신명철은 롯데 소속이던 2005년 오승환과 상대해 본 경험이 있다. 당시와 지금의 오승환을 비교해 달라는 말에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공이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이어 "청백전에서 삼성 타자들이 오승환을 상대로 누구도 안타를 치지 못했다"며 "아, 이건 사람이 칠 공이 아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또한 "저희 타자들은 (오승환을 상대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싶더라"며 웃었다.
또한 신명철은 오승환의 직구에 얽힌 일화도 소개했다. 오승환은 청백전 때 타자들에게 '직구만 던지겠다'고 예고했고 그 특유의 돌직구로 삼성 타자들을 연신 삼진으로 돌려세웠다고 한다. 타자들이 애교 섞인 항의를 하자 오승환은 "직구만 던져 줬지 않느냐"며 반문 하더란다. 그러면서 신명철은 "사실 오승환은 변화구보다 자기 직구가 가장 치기 힘든걸 모르나"라고 말했다.
오승환은 같은 팀 수비수에게도 편한 투수다. 신명철은 "오승환은 주자가 있으나 없으나 흔들리지 않는다"며 "주자가 있어서 더블플레이 상황일 때도 그냥 삼진을 잡아 버리니 수비를 보는 입장에서도 편하다"고 웃었다. 팀 승리를 지켜주는 것은 물론, 같은 팀 수비수까지 배려해주는 오승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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