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삼성 라이온즈는 타 팀의 주력 선수들을 데려와 팀의 중추로 내세워 우승했다. 2002년에는 전 해 롯데에서 데려온 마해영이 있었고 2005, 2006시즌에는 현대에서 영입한 유격수 박진만(SK)이 내야 중심부를 지켰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삼성은 31일 잠실구장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2011 한국시리즈 5차전서 강봉규의 4회 선제 결승 좌월 솔로포 등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삼성은 2006년 이후 5년 만에 왕좌에 올랐다. 1985년 전후반기 통합 우승까지 합치면 통산 5번째 패권을 잡았다.
특히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은 삼성에서 데뷔해 그대로 주전까지 성장한 선수들이 공헌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1999년 두산에서 이적해 온 포수 진갑용과 2006년 두산에서 온 좌익수 강봉규, 2007년 롯데에서 온 2루수 신명철을 제외한 스타팅 멤버들은 모두 삼성에서 데뷔해 주전으로까지 성장한 선수들이다.

1루수 채태인은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을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었으며 3루수 박석민은 2004년 1차 지명 출신. 유격수 김상수는 2009년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했으며 우익수 박한이는 2001년 삼성에서 데뷔(1997년 2차 6순위)했다.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배영섭은 2009년 2차 4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올 시즌 홈런-타점(30홈런 118타점) 타이틀을 석권한 최형우도 2002년 2차 6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타자. 첫 3년 간은 제 잠재력을 현실화하지 못해 방출되기도 했으나 경찰청 제대 후 삼성에 재입단해 좌타 슬러거로서 확실한 모습을 보이며 올 시즌 제대로 꽃을 피웠다.
투수진을 봐도 히어로즈서 데려온 좌완 선발 장원삼과 외국인 선수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토종 삼성맨'이다. 차우찬은 불과 1년 반 전만 하더라도 잠재력을 끌어내지 못하던 좌완 유망주였으며 마무리 오승환을 필두로 한 정현욱-권오준-권혁-안지만 등 '지키는 야구' 얼굴들은 모두 삼성에서 데뷔한 투수들이다. 비록 이번 시리즈에서는 자주 나서지 못했으나 우완 배영수는 11시즌 동안 삼성 유니폼을 입고 뛰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팀에서 큰 선수들이 우승까지 이끌었다는 점은 삼성에는 대단한 자부심이 되는 동시에 타 팀에 커다란 교훈을 던져준다. 삼성은 국내 최고 수준의 시설을 자랑하는 2군 훈련장 경산 볼파크를 갖췄다. 그 환경 가운데 올해 주전 외야수로까지 성장한 배영섭을 비롯, 최근 수 년간 좋은 활약을 펼친 오정복, 정형식 등은 故 장효조 2군 감독의 지도 아래 가능성을 확인한 유망주들. 우완 정인욱도 급성장세를 보이며 이번 한국시리즈서 '비밀 병기 롱릴리프'로 꼽혔다.
또한 구단에서도 "프리에이전트(FA) 영입 시 젊은 선수들을 내줘야 한다"라며 최근 수 년간은 FA 영입보다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고자 했다. 이는 젊은이들에게 동기 부여로 작용하며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 같은 시기 LG가 박종훈 감독을 부임시키며 리빌딩을 제창하면서도 FA 및 히어로즈 이택근을 영입하며 유망주들의 동기 부여책 하나를 없앤 것과 대조적 행보였다.
투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산 볼파크의 시설 확충 및 개선을 위해 쏟은 자금은 물론이고 삼성은 부상자들이 생길 경우 경기 용인 수지에 위치한 삼성 트레이닝 센터(STC)에 선수들을 보내 조금 더 빠르게 회복시키는 데 집중했다. 지난 9월 왼손 중수골 골절상을 입었던 배영섭을 위해서는 빠른 치료를 위해 일본 요코하마까지 보내는 노력을 잊지 않았다.
스카우트팀이 좋은 선수를 뽑았고 코칭스태프도 그들의 성장을 위해 노력했으며 선수들 본인 또한 동기 부여 속 기량을 성장시키며 우승 주역이 되었다. 2011년 우승에 성공한 삼성의 예는 앞으로 타 구단이 본보기로 삼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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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