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코칭스태프에는 류중일 감독보다 선배들이 많다. 1군 코칭스태프 가운데 장태수 수석 코치는 6년, 김성래 타격 코치는 2년, 김용국 수비 코치는 1년 선배다.
후배 감독과 선배 코치의 조합. 일각에서는 '불편한 관계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이보다 환상적인 조합은 없었다.
지난해까지 삼성 단장으로 활동했던 김재하 대구FC 사장은 "장태수 수석 코치 김성래 타격 코치 등 선배 코치들이 류중일 감독과의 선후배 관계를 떠나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류 감독이 삼성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A 코치는 "후배 감독과 선배 코치의 관계가 불편한 것보다 이점이 더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 감독이 선배 코치들과 의견을 주고 받으며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게 A 코치의 설명. 그리고 선배 코치의 풍부한 경험이 류 감독에게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흔히 감독은 고독한 존재라고 표현한다. 류 감독 어깨 위에 놓인 책임을 선배 코치들과 나눌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류 감독은 "코치들의 나이는 상관없다. 중요한 건 야구에 대한 열정과 야구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현재 코칭스태프는 가장 이상적"이라고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B 코치는 "류 감독은 예전부터 선배들에게 깍듯한 예의를 갖춰 이미지가 아주 좋았다. 그래서 류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뒤 너나할 것없이 '우리가 힘을 보태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귀띔했다. 대구지역의 야구계 원로는 C씨 또한 "류 감독이 선배 코치들의 의견에 귀를 많이 기울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선배 코치들도 진심어린 조언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류 감독은 "나는 초짜 감독"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래서 류 감독은 "나는 초짜니까 항상 코치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투수 교체에 관해 오치아이 에이지 코치와 상의하고 대타 기용 역시 장태수 수석 코치, 김성래 타격 코치와 의견을 교환한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10년간 주루 및 수비 코치로 활동했지만 김용국 수비 코치와 김재걸 주루 코치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 보면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이고 예상치 못했던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기에. 그래서 류 감독은 코칭스태프 회의 대신 식사 도중에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다.
삼성은 지난달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원정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지었다. 류 감독은 장태수, 김성래, 김용국 코치에게 모자를 벗고 공손히 인사했다. 그동안 도움을 받았던 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였다.
류 감독은 "백지장도 맞들면 낫지 않냐"고 말한다. 사자 군단의 5번째 정상 등극은 선후배가 합심해 만든 성과였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