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준, 김태한 이후 토종 좌완 선발 갈증에 시달렸던 삼성 라이온즈가 '신(新) 좌완 듀오' 장원삼(28)과 차우찬(24)의 활약을 앞세워 5년 만에 정상 고지를 밟았다.
삼성은 프로 원년부터 좌완 투수가 풍부했다. 1982년 '일본 킬러'로 명성을 떨쳤던 이선희와 권영호는 나란히 15승 고지를 밟으며 사자 마운드를 이끌었다. 권영호는 1985년부터 마무리 투수로 변신한 뒤 프로 첫 100세이브 시대를 열었다.
재일교포 출신 김일융은 3년간 91경기에 등판, 32차례 완투승을 포함해 54승 20패 3세이브(방어율 2.53)를 거뒀다. 특히 1985년 25승을 따내며 삼성의 통합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이어 성준과 김태한(이상 삼성 코치)이 삼성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뒤 스캇 베이커, 나르시소 엘비라가 선전했으나 이후 삼성의 좌완 왕국 이미지는 서서히 퇴색됐다. 전병호(전 삼성 코치)가 1997년, 2006년 두 차례 10승 고지를 밟았을 뿐.
지난해 장원삼이 이적한 뒤 끊겨진 삼성의 좌완 계보가 부활했다. 장원삼은 이적 첫해 13승 5패(평균자책점 3.46)로 팀내 다승 선두에 올랐다. 올 시즌 어깨 부상 탓에 8승 8패(평균자책점 4.15)에 불과했지만 한국시리즈 2차전서 정규 시즌의 아쉬움을 말끔히 떨쳐냈다.
삼성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장원삼은 5⅓이닝 3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잠재웠다. 승리 투수의 영광을 누리지 못했지만 그의 호투가 없었다면 삼성의 승리는 힘겨웠을지도 모른다. 최고 144km의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며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차우찬은 2006년 데뷔 후 좌완 유망주로 관심을 모았으나 기대보다 실망이 더 컸다. 그의 이름 앞에는 '새가슴'이라는 오명이 따라 다녔다. 지난해 데뷔 첫 10승 달성과 더불어 승률왕 타이틀을 품에 안은 차우찬은 올 시즌에도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며 1993~1994년 김태한 이후 17년 만에 좌완 선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달성의 주인공이 됐다.
차우찬은 한국시리즈서 2승을 챙겼다. 1차전서 선발 덕 매티스를 구원 등판해 3이닝 무실점으로 한국시리즈 첫 승을 신고한 뒤 5차전에서 선발승(7이닝 5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을 추가하며 정상 등극을 주도했다.
역대 10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최고의 명장' 김응룡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은 "2명의 좌완 선발 투수가 있는 팀은 흔치 않다. 그런 면에서 삼성은 유리한게 많다"고 밝힌 바 있다. '10승 보증 수표'로 불리는 좌완 선발 2명을 보유한 삼성은 내년에도 국내 프로야구 무대를 평정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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