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역대 다섯 번째 한국시리즈 챔피언을 축하합니다. 삼성이 디팬딩 챔피언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마운드와 타격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며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31일(이하 한국시간)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5차전을 미국 캘리포니아 LA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지켜봤습니다. 오랜만에 꽉 찬 잠실구장을 인터넷을 통해서나마 보니까 기분이 좋더군요. 우승까지 1승을 남겨 놓은 삼성은 선발 차우찬의 호투, 그리고 경기 초반 흔들린 차우찬을 잘 리드한 포수 진갑용, 찬스에서의 적시타, 그리고 야수들의 완벽한 수비 덕분에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반면 SK는 투수력, 수비 모두 좋았습니다. 그러나 중심 타자들의 긴 침묵 때문에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제구 회복' 차우찬, SK 타선을 압도했다
한국에서 차우찬의 별명이 '차바시아'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체형은 그리 닮지 않았지만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차우찬의 능력은 놀라웠습니다. 팀을 우승으로 이끈 호투에 박수를 보냅니다.
무엇보다 차우찬은 오늘 경기 초반 컨디션이 좋지 않았습니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제구가 흔들리면 참 힘들죠. 경기 초반 차우찬은 직구와 커브를 주로 구사했습니다. 1차전에서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로 피칭을 했기 때문에 투구 패턴을 바꿨습니다. 이 부분은 포수 진갑용의 명석한 두뇌가 빛났습니다.
차우찬은 2회 1사 후 안치용을 볼넷으로 내보낸 데 이어 최동수에게 좌측 선상 2루타를 맞았습니다. 뒤이어 김강민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줘 순식간에 1사 만루가 됐습니다. 그러나 차우찬은 후속타자 정상호와 박진만을 연속 삼진으로 솎아내며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이순간 인상적인 점은 두 타자 모두 바깥쪽이 아닌 몸쪽에 승부구를 던졌다는 점입니다. 차우찬은 왜 SK 타자들 몸쪽을 집중 공략한 것일까요.
지난 3년 동안 SK 타자들을 경험한 저는 그 이유를 압니다. SK 타자들이 예전부터 몸쪽 공을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SK 타자들 중에서 파워가 뛰어난 타자들이 많지 않습니다. 반면 타구를 모든 방향으로 보내는 능력이 있죠. 그래서 보통 바깥쪽 공에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한국 투수들은 몸쪽 공을 잘 구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타자들이 몸쪽 공을 보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실제로 차우찬은 1사 만루에서 정상호를 상대로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몸쪽에 148km 직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습니다. 차우찬의 볼은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지만 정상호의 배트는 돌아갔습니다. 차우찬의 슬라이더를 의식한 탓이었죠.
박진만도 결정구는 달랐지만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2사 만루 풀카운트라면 당연히 투수에게 더 불리합니다. 그러나 차우찬은 몸쪽에 135km 슬라이더를 던져 스탠딩 삼진으로 처리했습니다.
위기를 넘긴 차우찬은 3회부터 정상적인 컨디션을 회복했습니다. 직구 구속은 더 빨라져 148km까지 나왔고요.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이제 몸쪽에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뿐인가요. 커브까지 제구가 되면서 SK 타자들은 어려움을 겪게 됐습니다. 덕분에 차우찬은 7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할 수 있었습니다.
▲'안방마님' 진갑용, 최고의 리드를 선보였다
삼성 포수 진갑용이 차우찬을 구했습니다. 경기 초반 차우찬은 흔들렸습니다. 주무기인 직구 뿐만 아니라 커브, 슬라이더도 지난 25일 1차전 때와 달리 공이 조금씩 높게 형성됐습니다.
진갑용은 이를 알았습니다. 그는 베테랑 포수잖아요. 그래서 위기 순간 차우찬을 다독이며 투수의 제구력을 찾아줬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과감한 몸쪽 승부가 키포인트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4회부터 투구 패턴을 다시 바꾼 점도 눈 여겨 봐야 합니다. SK 타자들은 영리합니다. 몸쪽이 약하지만 몸쪽으로 계속 던지면 그를 적응하고 안타를 만들어냅니다. 지난 3년간 제가 경험한 SK는 그랬습니다.
실제로 SK는 4회 2사후 김강민이 몸쪽 슬라이더를 끌어당겨 좌측 선상 2루타를 만들어냈습니다. 후속타자 정상호도 이전 타석보다 적극적으로 붙어 몸에 맞는 볼을 얻어냈죠. 그렇지만 때는 조금 늦었습니다. 차우찬의 제구가 살아났기 때문이죠. 차우찬은 후속타자 박진만을 상대로 이번에는 145km 직구를 던져 삼진을 잡아냈습니다. 물론 몸쪽에 붙이려던 공이 가운데로 몰렸지만 삼진을 잡기에 충분한 위력이 있었습니다.
▲SK, 투수와 수비는 좋았지만 타력이 살아나지 않았다
SK도 정말 잘했습니다. 준PO부터 PO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총 14경기나 했습니다. 다른 팀들보다 10% 이상 경기를 했으니깐요.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을 것입니다. 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SK는 투수력과 수비에서는 삼성과 견줄 수 있었지만 중심타선이 마지막까지 살아나지 않으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투수들은 매 경기 팀이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내외야 수비도 견고했습니다. 그렇지만 박정권, 안치용, 그리고 이호준, 최동수 등 중심타자들이 타점을 올리지 못하며 패했습니다. SK 타자들이 잘 치지 못한 점도 있지만 삼성 투수들이 SK 타자들을 압도한 점도 있습니다.

저는 준PO부터 한국시리즈까지 OSEN과 함께 칼럼니스트로 여러분을 만났습니다. 새벽 2시에 일어나 인터넷을 통해 경기를 보는 것이 처음에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나마 여러분들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저의 관전평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박광민 기자 agassi@osen.co.kr
잠실=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