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1-0으로 계속 갈 때 '효조형, 좀 도와주소. 조금만 더 하면 우승입니다' 라고 계속 빌었다".
정규시즌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가 디펜딩 챔프 SK 와이번스를 제압하고 2011년 프로야구의 최종 승자가 됐다.
삼성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 차우찬의 호투와 강봉규의 결승 솔로포를 앞세워 1-0으로 신승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4승1패를 기록한 삼성은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무엇보다 지난해 4전 전패의 굴욕으로 우승을 넘겨야 했던 SK를 상대로 거둔 설욕이었다. 무엇보다 선발, 중간, 마무리 등 마운드에서 SK를 앞섰다는 시즌 평가를 확실히 심어줬다.
경기가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삼성 류중일(48) 감독은 우선 우승의 감격을 전했다. 류 감독은 "우승해서 너무 좋다. 감독이 돼서 우승을 해서 감격이다. 내 생애 2011년 10월 31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부족한 저를 잘 보좌한 코칭스태프, 잘 따라준 선수단에게 우승의 영광을 돌리겠다"고 한껏 기쁨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 8월 세상을 떠난 故 장효조 감독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드러냈다. 삼성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故 장효조 감독을 기리는 뜻에서 왼 쪽 가슴에 '0.331'이라는 패치를 붙이고 경기에 임했었다. 류 감독은 "이번 한국시리즈는 장효조 선배 추모 시리즈라 패치를 왼쪽 가슴에 달고 했다. 김인 사장님 아이디어로 알고 있는데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이렇게 한 것은 30년 역사상 최초라고 알고 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이어 류 감독은 "게임이 끝나가는 순간까지 1-0으로 계속 갈 때 '효조형, 좀 도와주소. 조금만 더 하면 우승입니다'라고 계속 빌었다. 하늘나라서 재미있게 한국시리즈 봤을 것이다. 좋은 곳 가셔서 아프지 말고 편하게 잘 계셨으면 좋겠다"며 고인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빌었다.
시즌 MVP로는 마무리 오승환을 꼽았다. 류 감독은 "내가 꼽은 MVP는 오승환이다. 48세이브를 못 해서 아쉽다"면서 "무엇보다 우승의 원동력은 윤성환과 오승환이다. 윤성환은 복귀해 14승을 했고 오승환은 부상으로 과연 마무리로 얼마나 해 줄까 생각에 걱정했는데 의외로 부상 없이 두 선수 모두 잘 던져줬다"고 설명했다.
또한 삼성은 경기를 치르며 더욱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류 감독은 "야구를 하면서 점점 강해졌다. 처음 전력은 4위나 5위로 보신 분이 많았다. 나도 사실 그렇게 생각했고. 시즌 초 5할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6월에 접어들어 투수가 안정되니 타자들도 힘을 냈다. 그래서 최강 삼성이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류 감독은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받았다. 류 감독은 "개인적으로 영광스런 통화였다. 내용은 시끄러워서 잘 안들렸는데 '수고했습니다. 고생했습니다' 두 마디만 들었다. 그래서 '회장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최강삼성 만들겠습니다'라고 답한 뒤 끊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관심을 가져 주시는 게 감독이나 선수 모두에게 정말 힘이 된다. 그에 보답하는 건 최강삼성을 만드는 게 제 임무가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류 감독은 향후 일정에 대해 "아시안시리즈에서 정말 우승하고 싶다. 확실치는 않지만 안지만과 조동찬이 입영 때문에 빠질 것 같다"면서 "4일 정도 선수단이 휴가를 가진 뒤 다음달 6일 일본 들어가 준비하고 23일 바로 대만으로 넘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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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