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우승을 이끈 KS 결정적 순간 5가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11.01 06: 41

우승에는 명장면이 따르기 마련이다.
삼성이 패권을 되찾았다. 삼성은 SK와의 한국시리즈를 4승1패로 장식하며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이뤘다. 구단 사상 5번째 우승. 5번째 우승에는 5가지 결정적 장면이 있었다. 삼성의 우승까지 잊을 수 없는 결정적인 순간들을 되짚었다.
▲ 1차전 4회말 신명철의 2타점 2루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었다. 4회초까지 0의 행진으로 이어진 1차전. 균형을 깬 건 삼성이었고 그 주인공이 신명철이었다. 최형우의 2루타와 강봉규의 사구로 만들어진 1사 1·2루 찬스. 채태인이 삼진을 당하며 흐름이 끊기는 듯했다. SK도 선발 고효준의 교체 타이밍을 놓고 고민했지만 신명철 타석에 그대로 밀어붙였다. 경기 후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신명철까지는 잡을수 있 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신명철은 볼카운트 2-2에서 직구와 슬라이더를 하나씩 커트한 뒤 7구째 고효준의 바깥쪽 낮은 138km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을 갈랐다. 2타점 2루타. 한국시리즈 0의 균형을 깨는 한 방으로 삼성의 팽팽한 긴장감은 눈녹듯 풀렸다.
▲ 2차전 6회초 권오준의 연속 탈삼진쇼
2차전 삼성 선발 장원삼은 5회까지 탈삼진 10개로 SK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그러나 6회 박재상에게 볼넷을 준 뒤 최정에게 2루타를 맞으며 무사 2·3루 위기에 내몰렸다. 0-0 상황에서 선취점을 주면 경기 자체가 SK에게 넘어갈 것이 뻔했다. 장원삼은 좌타자 박정권을 투수 앞 땅볼로 잡고 주자를 묶어둔 채 마운드를 권오준에게 넘겼다. 권오준은 첫 타자 안치용을 바깥쪽 꽉 차는 144km 직구로 스탠딩 삼진 처리했다. 이어 김강민마저 몸쪽 떨어지는 126km 서클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요리했다. SK는 허무하게 찬스를 날렸고, 삼성은 급한 불을 껐다. '위기 뒤 찬스'라는 야구계 격언대로 삼성은 6회말 반격에서 배영섭의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며 승기를 잡았다.
▲ 2차전 8회초 이영욱의 슈퍼 어시스트
권오준의 완벽한 구원으로 2-0 리드를 지키던 삼성은 그러나 8회초 정현욱이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실점하며 1점차로 쫓겼다. 8회 무사 1·2루에서 류중일 감독은 마무리 오승환을 조기 투입했다. 기대대로 오승환은 안치용을 포수 파울플라이, 김강민을 삼진으로 잡았다. 그러나 최동수에게 2구째 직구를 맞았다. 타구는 중견수 앞에 떨어졌다. 동점 주자가 된 2루 주자 최정은 홈을 향해 전력질주했다. 그때 공을 캐치한 삼성 중견수 이영욱의 왼 어깨에서 뿌려진 공이 홈으로 빨랫줄처럼 날아갔다. 포수 진갑용의 미트로 빨려들어간 공은 2루 주자 최정의 자동 태그로 연결됐다. 오승환을 살리고, 더 나아가 삼성을 살린 '슈퍼 어시스트'였다. 한국시리즈를 끝으로 군입대하는 이영욱은 명사수가 될 자질을 보였다.
▲ 4차전 7회 안지만의 위기 종결한 4구
우승으로 향한 삼성의 최대 고비는 4차전이었다. 1~2차전 2연승 후 3차전 패배로 주춤한 삼성에게 4차전은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한판이었다. 7회초까지 5-1로 넉넉히 리드한 삼성은 그러나 7회말 박재상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고 1점차로 추격당했다. 설상가상으로 후속 타자들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3루 동점 위기에 놓였다. 그때 삼성은 위기를 즐길 줄 아는 안지만을 투입시켰다. 안지만은 초구에 안치용을 3루 땅볼 유도하며 1사 1·2루로 한숨을 돌린 뒤 최동수를 유격수 앞 병살타로 이끌어내 긴급 상황을 종료시켰다. 상황을 정리하는데 있어 안지만에게 필요한 공은 단 4개. 류중일 감독은 "지는 줄 알았는데 역시 안지만이 막아줬다"며 이번 한국시리즈의 최고 하이라이트로 꼽았다.
▲ 5차전 8회초 오승환의 터프세이브
5차전도 투수전으로 흘렀다. 7회까지 스코어는 1-0. 4회말 삼성 강봉규의 깜짝 솔로 홈런이 이날 경기 점수의 전부였다. 하지만 SK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안지만을 상대로 2사 1·2루의 득점권 찬스를 잡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류중일 감독이 벤치에서 나와 구심에게 투수교체를 알렸다. 류 감독은 오른팔을 돌렸고 그 순간 이미 SK는 움츠러들었다. 오승환의 등판을 의미한 것이다.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첫 타자 안치용을 맞이했다. 안치용을 상대로 한 초구. 누구나 예상한 직구가 아니라 133km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였다. 허를 찔린 안치용은 어정쩡한 스윙을 했고, 결국 유격수 내야 플라이로 연결됐다. 동점 및 역전 주자가 나간 위기 상황이었지만, 오승환에게는 일상과도 같았다. 위기가 위기처럼 느껴지지 않는 팀. 그게 바로 삼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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