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들이 부진했다고 하지만 우리 투수들은 괜찮았다. 야수들이 오히려 방망이보다 더 좋은 수비로 도와줬다".
삼성 라이온즈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30)은 지난달 31일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달성한 뒤 타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빈타로 계속 어려운 상황에 등판해야 했던 오승환으로서는 의외랄 만한 말이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오승환 뿐만이 아니었다. 삼성의 '뱀직구' 권오준(33)도 지난 29일 4차전을 앞두고 "타선이 약해서 투수들에게 부담이 갈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투수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타자가 1점을 내든 10점을 내든 상관 없이 투수는 지킬 점수만 지키면 된다"며 너그러운 태도를 보였다.

삼성 투수들이 이렇게 담대한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것은 한 점 차도 너끈히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에는 올 시즌 3.35의 1위 팀 평균자책점으로 타율 6위(.259) 팀을 우승으로 이끈 막강 투수진이 있다.
삼성 투수진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5경기에서 단 7실점, 평균자책점 1.43에 그치며 맹위를 떨쳤다. 팀 타선은 비록 2할3푼에 그쳤지만 SK 타선을 2할1푼2리로 봉쇄하며 팀의 4승1패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 타자들에게 팀 투수에 대해 물어보면 항상 "미안하다"고 말할 정도로 투고타저가 두드러졌던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삼성이 우승컵에 입맞출 수 있던 비결이다.
타자들은 "우리 팀에는 강한 투수들이 있기 때문에 한 점만 내면 이긴다"고 생각한다. 투수들은 "내 뒤에 더 강한 투수가 있기 때문에 편하게 던져도 된다"고 안심한다. 삼성의 투수들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마음놓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데에는 뒤로 갈 수록 강해지는 마운드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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