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팀 평균자책점 1위 팀인 삼성 라이온즈의 방패를 뚫기엔 SK 와이번스 타자들의 방망이가 너무 무거웠고, 팀 평균자책점 2위이자 기대 이상의 투혼을 불사른 SK 투수진을 넘기엔 삼성 타자들이 감각을 찾지 못했다.
삼성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SK에 1-0, 한 점차 승리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삼성은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지난해 복수에 성공하며 통산 5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투수들의 천국', 혹은 '빈타 시리즈'로 요약이 가능하다. 4차전에서 삼성이 8-4로 승리할 때 점수가 좀 났을 뿐 1차전 2-0, 2차전 2-1, 3차전 1-2, 5차전 1-0 등 투수전 양상을 보였다. 기록에 남을 만한 투수전 덕분에 색다른 기록이 수립됐다.

▲ 역대 최초 '솔로포로' KS 1-0 승리
삼성의 우승을 결정짓는 축포를 날린 건 베테랑 강봉규의 몫 이었다. 강봉규는 4회 1사 후 호투하던 SK 선발 브라이언 고든의 144km짜리 높은 직구를 그대로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작렬시켰다. 사실 솔로포가 나온 시점은 경기 초반기에 어느 누구도 이 점수가 마지막 점수가 될 지는 예상치 못했다.
삼성 마운드는 SK 타선을 철저하게 봉쇄했고, 삼성 타선 역시 SK 마운드에 완벽하게 막혔다. 결국 삼성은 SK에 1-0을 이겼다. 삼성은 이날 경기에서 4안타 3볼넷을 얻었지만 정작 득점은 솔로포로 올렸다. SK는 6안타 4볼넷으로 꾸준히 출루했지만 결국 모두 잔루로 남고야 말았다.
역대 한국시리즈서 1-0 스코어가 나온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공교롭게도 첫 번째 기록도 삼성이 보유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04년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9회말 삼성 외국인타자 로페즈가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으로 1-0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이번 한국시리즈 5차전에선 강봉규의 솔로포 한 방으로 이겼다. 솔로포 한 방으로 승부가 갈린 1-0 경기는 한국시리즈서 처음이다.
▲ 5경기 치른 삼성, 역대 KS 최소실점 공동 3위
삼성은 이번 시리즈를 통해 모두 7점을 허용했다. 2차전 1점, 3차전 2점, 4차전 4점 등이다. 결국 삼성 마운드의 한국시리즈 팀 성적은 44이닝 7실점, 평균자책점 1.43으로 마감됐다.
삼성이 이번에 허용한 7점은 역대 한국시리즈 공동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LG는 창단 이후 두 차례 있는 우승에서 모두 4연승을 기록하는 동시에 실점을 최소화했다. 1990년엔 삼성을 상대로 단 6실점만 하며 우승했고 1994년은 태평양을 맞아 7실점으로 틀어막아 구단 역사상 두 번째 패권을 따냈다. 한국시리즈 최소실점 기록은 삼성이 갖고 있다. 삼성은 2005년 두산을 맞아 단 5실점만 허용하는 '짠물투'를 펼쳤다.
내심 기록 경신을 노리던 삼성은 4차전에서 4점이라는 대량(?)실점을 하며 꿈이 무산됐다. 대신 마지막 경기를 완봉으로 처리하며 1994년 LG의 우승 당시와 실점 부문에서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삼성이 세운 기록은 5경기를 치르면서 수립됐다. 앞선 최소실점 기록들은 모두 한국시리즈 4연승으로 끝난 팀이 세웠다. 범위를 좁혀 '한국시리즈 5경기 치른 해 가운데 최소 실점'으로 따져보면 올 시즌 삼성의 기록이 압도적이다. 참고로 5경기를 펼치고 우승을 차지한 팀 가운데 종전 최소실점 기록은 2008년 SK가 두산을 상대로 단 10점만 내주고 우승했던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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