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이후 팀이 거둔 두 번의 우승 순간 그는 없었다. 그리고 기회가 있었을 때는 자신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엔트리조차 올라서지 못했다. 데뷔 6년 만에 처음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으며 우승까지 경험한 윤성환(30. 삼성 라이온즈)의 짧은 소감에는 무게감이 있었다.
삼성은 지난 10월 31일 잠실구장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서 강봉규의 선제 결승 솔로포와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차우찬을 필두로 투수진의 호투를 앞세워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삼성은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기록하며 2011시즌 통합 우승에 성공했다.
공헌도의 크기와 상관없이 선수들 모두 기쁜 하루였다. 특히 4차전 선발로 나서 3⅓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승리 밑거름이 된 우완 윤성환에게는 뿌듯함이 더했다. '3전 4기'의 마음이었기 때문.

2004년 동의대를 졸업하고 팀의 2차 1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윤성환은 데뷔 첫 해 56경기에 등판해 4승 7패 1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4.84로 활약했다. 경기 당 기복이 있기는 했으나 정현욱-권오준-권혁과 함께 삼성의 지키는 야구 한 축으로 힘을 쏟았다.
그러나 그해 9월 프로야구계를 휩쓴 병풍에 휘말리며 윤성환의 데뷔 시즌도 그대로 끝났다. 이후 2년 간 윤성환은 공익근무 복무하며 다음 기회를 노렸고 윤성환의 복무 기간 동안 삼성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2005시즌 초반 '제2의 윤성환'이라는 이야기를 듣던 오승환은 빠른 성장세 속에 한국을 대표하는 마무리로 성장한 시기다.
2007년 4월 20일 소집해제 후 선발-계투를 오가며 활약하던 윤성환. 2009년 팀이 주전들의 줄부상 속 5위에 그쳤으나 14승 5패 평균자책점 4.32를 기록하며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했던 윤성환은 지난해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밖에서 지켜봐야 했다. 허벅지 부상과 어깨 부상이 겹치며 3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5.91로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설상가상 선동렬 전 감독은 윤성환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서도 제외했다. 시즌 부진을 설욕할 기회도 없이 윤성환은 팀의 한국시리즈 2회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을 밖에서 지켜봐야 했다. 그만큼 2011년 한국시리즈 우승은 윤성환에게 커다란 의미로 다가왔다.
세 번의 우승을 밖에서 지켜본 뒤 네 번째 기회서 우승 희열을 만끽한 윤성환은 "우승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 내년에 또 하고 싶다"라며 짧게 소감을 이야기했다. 짧은 이야기였으나 그 속에는 '고진감래'의 의미가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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