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정규리그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가 디펜딩 챔프 SK 와이번스를 꺾고 한국시리즈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포효했다.
삼성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 차우찬의 호투와 강봉규의 결승 솔로포를 앞세워 1-0으로 신승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4승1패를 기록한 삼성은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 4전전패 굴욕으로 우승을 넘겨야 했던 SK를 상대로 거둔 설욕전이었기에 우승의 기쁨은 두 배였다.
그렇다면 삼성의 우승 비결은 무엇일까. 이번 포스트시즌 내내 OSEN 스페셜 칼럼니스트로 함께한 제리 로이스터(59)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삼성은 안정된 마운드, 찬스를 놓치지 않는 득점력, 그리고 견고한 수비까지 선보이며 SK를 압도했다"고 평가했다.

▲삼성 마운드,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사실 삼성이 정규리그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이렇게 잘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로이스터 역시 "SK가 롯데를 물리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을 때 우리는 삼성의 투수력에 SK가 조금은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고전할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SK는 정근우, 박재상으로 시작된 테이블세터부터 시작해 최정, 박정권, 안치용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에는 견고함과 파괴력이 있다. KIA와 준PO, 그리고 롯데와 PO에서 그 힘을 보여줬다.
그러나 삼성의 마운드는 이 두 팀과는 차원이 달랐다. 삼성은 SK 모든 타자들을 꽁꽁 틀어막았다. 로이스터 역시 "삼성은 투수들이 잘 막아줘 승리에 필요한 점수는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은 승리를 거둔 4경기를 살펴보자. 1차전 2-0, 2차전 2-1, 4차전 8-4, 5차전 1-0이었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MVP 오승환도 "타자들이 1점만 뽑아줘도 우리는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결정적 한방을 터뜨리는 타선과 견고한 수비의 조화
로이스터는 "삼성이 한국시리즈 내내 많은 점수는 뽑아내지 못했지만 타선 자체는 결코 약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유가 있었다. 박석민과 김상수는 공격과 수비에서 삼성 투수들이 편한 마음으로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도왔다. 사실 3루수에서는 박석민보다 최정이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에서는 달랐다.
박석민은 시리즈 내내 웃음기가 얼굴에서 사라지고 진지했다. 수비 실책도 없었다. 박석민은 5경기 모두 선발 출장해 3할1푼3리의 타율에 5안타 2타점 볼넷도 3개나 골라냈다. 로이스터는 "꼭 안타나 홈런이 아닌 차분하게 볼을 골라나가 후속 타자에게 찬스를 연결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김상수도 날렵한 몸놀림을 앞세워 유격수로서 SK 박진만을 압도했다. 김상수는 5경기에 출장해 수비에서 한 차례 실책이 있었으나 전체적인 타구 처리 능력은 한국 최고 유격수답게 훌륭했다. 타석에서도 3할3푼3리의 타율에 6안타 2도루를 기록했다.
중심타선에서는 최형우, 신명철, 강봉규가 중요한 순간 때마다 적시타와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삼성이 챔피언에 오르는데 기여했다. 로이스터는 "롯데의 경우 이대호에게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가 있었다. 그러나 삼성은 최형우, 신명철, 강봉규 모두 홈런을 치면서 자칫 최형우에게 쏠릴 집중 포화가 흐트러지며 더 큰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내가 봐도 무서운 삼성 불펜
로이스터는 "삼성의 불펜은 내가 봐도 정말 무서울 정도로 강력했다"며 놀라워했다. 특히 팀이 승리한 4경기 모두 등판해 SK에게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은 안지만(4홀드)과 오승환(3세이브)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로이스터는 "모자를 약간 비틀어 쓴 '힙합보이' 안지만은 신체 전반을 활용한 직구를 효과적으로 뿌렸다. 오승환도 150km가 넘는 직구를 연신 뿌리 SK 타자들의 배트를 헛돌게 했다. MVP로서 자격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로이스터는 삼성이 정규리그에서 1위에 오르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또 다른 이유를 들었다. 그는 "류중일 신임 감독은 선수들과 하나가 되며 자유롭게 대화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면서 "그와 함께한 유능한 코칭 스태프, 더불어 삼성 구단에게도 박수를 보낸다"며 우승팀에게 박수를 보냈다.
agass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