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팀이었는데...".
이영진(48) 감독이 지난달 31일 소속팀 대구 FC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은 뒤 꺼낸 얘기다. 지난 2009년 12월 말 공모를 통해 변병주 전 감독의 뒤를 이어 대구를 이끌던 이 감독의 도전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대구는 이 감독을 경질하며 성적 부진을 이유로 들었다. 올 시즌 출발은 좋았지만 후반기에 하향세를 그렸다는 점이 강조됐다. 특히 10월 같은 시도민 구단인 광주 경남 강원에 무기력하게 3연패를 기록해 승강제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다고 했다.

이 감독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올해 성적표(12위)가 부임한 첫 해인 2010년(15위)보다 나아졌다. 후반기 흔들림은 있었지만 그 간의 악재를 본다면 선방에 가까웠다. 대구의 부족한 살림살이 속에서 그 이상을 바라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대구에 정통한 축구인들은 사실 성적보다는 총체적인 관리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구는 승부조작 사태로 온병훈 이상덕 조형익 등 주축 선수 6명을 잃었다. 이 부분에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발굴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국내 선수보다 못한 활약에 선발보다는 교체로 활용되는 일이 빈번했다. 그나마 주닝요가 다른 선수보다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대구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대구의 한 관계자는 "성적 부진이 이영진 감독의 경질의 가장 큰 이유인 것은 틀림이 없다"면서도 "외부에서 알 수 없는 문제점이 몇 가지 있었다. 끝이 좋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내년 승강제가 도입되는 시점에서 결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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