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다."
굳이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의 유명한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야구 팬들에게 10월 31일은 환희와 아쉬움 속 가장 슬픈 날이 되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잠실구장에서 SK 와이번스를 맞아 1-0으로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올 시즌 프로야구는 삼성의 우승으로 7개월에 걸친 대장정의 막을 내리게 됐다.
지난달 6일 정규시즌이 종료되며 4개 구단 팬들은 1차적으로 '가장 슬픈 날'을 맞았다. 그리고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순서로 한 시즌을 마무리했다. 결국 한국시리즈가 끝나며 SK 와이번스의 야구도 끝이 났다. 하지만 아직 삼성 라이온즈의 시즌 종료까지는 한 달이 남았다. 바로 아시아시리즈가 있기 때문. 삼성은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을 차지하고 25일부터 타이완에서 열리는 아시아시리즈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아시아시리즈 2011'은 이번달 25일부터 29일까지 타이완 타이중과 타오위앤에서 치러진다. 한국, 일본, 타이완, 호주 각 국 리그 우승팀이 출전해 3일간 풀리그 예선을 가진다. 그리고 29일 타이중 국제야구장에서 예선 1위와 예선 2위가 결승전을 치른다.
삼성은 세 번째 아시아시리즈 도전에 나선다. 지난 2005년 코나미컵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최된 대회는 2008년 잠시 중단된 뒤 올해 다시 아시아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삼성은 우승 해였던 2005년과 2006년 아시아시리즈에 출전했지만 우승과는 연을 맺지 못했다. 2005년엔 결승에서 지바 롯데에 5-3으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고 2006년은 대만의 라뉴 베어스에 뒤지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런 사실을 알고있는 듯 삼성 류중일(48) 감독은 아시아시리즈 첫 패권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류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기자회견에서 "아시아시리즈에서 정말 우승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은 불가피한 전력 누수가 있을 전망이다. 우선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 자격을 얻은 내야수 조동찬과 투수 안지만이 4주 군사훈련 입소로 인해 빠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삼성 우승의 공신인 두 외국인투수 덕 매티스와 저스틴 저마노 역시 시즌 종료 후 일단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어느 때보다 높은 마운드의 힘으로 아시아 정복에 나선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마운드는 44이닝 7실점으로 평균자책점 1.43이라는 가공할 힘을 보여줬다. 삼성은 5경기를 치르고도 역대 한국시리즈 최소실점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차우찬-윤성환-장원삼으로 이어지는 토종 선발진에 정현욱-권혁-권오준-오승환의 불펜진이 건재하다. 게다가 정인욱-배영수 신구 에이스 역시 언제든 출격할 수 있다.
우승 직후 류 감독은 향후 일정을 묻자 "4일 정도 휴식을 취한 뒤 6일 일본으로 들어가 몸을 만들며 아시아시리즈를 준비하겠다. 그리고 23일 바로 대만으로 넘어가겠다"며 철저하게 대비할 뜻을 내비쳤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팬들에게 '가장 슬픈 날'은 1개월 유예됐다. 삼성이 아시아시리즈 결승이 열릴 29일 웃으며 한 해를 마무리할 수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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