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간판이 될 수 있는 투수도 좋겠지만 더 많은 경기에서 팀에 공헌하는 타자로서의 활약을 더욱 기대한다".
계약금 3억원의 대형 좌완 투수. 거의 모든 팀이 그러한 투수가 입단할 경우 첫 시즌 선발 로테이션 합류도 바라볼 수 있는 선수로 기대를 걸고 키우게 마련이다. 그러나 신생팀 지휘봉을 잡은 감독은 그가 가진 운동능력과 컨택능력을 더욱 높이 샀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과 좌타자로서 프로 무대에 도전하는 나성범(22. 연세대 졸업예정)의 이야기다.
대학 4년 간 팀의 좌완 에이스로서 활약했던 나성범은 NC 입단 후 좌타 외야수로서 첫 시즌을 준비한다. 광주 진흥고 시절 컨택 능력이 좋은 타자로도 기대를 모았으나 대학 입학 후 투수로 줄곧 뛰었던 나성범은 2학년 말 뉴욕 양키스와 200만 달러 계약설이 나왔을 정도로 전도유망한 투수였다. 140km대 후반의 묵직한 직구로 대학리그 에이스로 군림했던 나성범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애초부터 나성범의 타자 전향을 생각해왔다. 지난 9월 NC 트라이아웃을 지켜보던 김 감독은 나성범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사실 나성범은 2학년 시절 이후 위력이 떨어진 것 같다는 야구인들의 평을 자주 들었었다.
"좋은 투수로 활약해왔으나 투구 밸런스가 불안해 경기 마다 기복이 심하더라. 개인적으로 나성범은 타자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신생팀 입장에서도 많은 경기에 모습을 비추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성범은 전남 강진 합동 훈련서 본격적인 타자 수업을 받고 있다.
"신인들, 트라이아웃 합격자들과 함께 새로운 팀을 구축하는 중이다. 공기도 좋고 날씨도 좋은 곳에서 재미있게 훈련하고 있다"라며 근황을 밝힌 김 감독. 나성범의 타자 전향과 관련해 묻자 김 감독은 이렇게 밝혔다.
"나성범이 선수단에 합류한 후 타자 전향에 대해 상의했다. 본인도 투수 쪽에 애착이 있었으나 신생팀의 간판 스타로 키우기 위해서는 투수보다 더 많은 경기를 출장할 수 있는 타자 쪽이 낫다는 이야기를 전했고 본인도 그에 납득했는지 이제 타자로 훈련 중이다".
26일 자체 청백전서 나성범은 청팀 선발 3번 타자 중견수로 나서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성공적인 타자 데뷔전을 치렀다. 나성범은 4회 유격수 옆으로 흐르는 내야 안타로 경기 첫 안타를 기록한 뒤 0-0이던 8회 2사 1, 2루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3루타로 2타점을 올렸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단계의 선수다. 그동안 투수로 뛰어왔고 던지는 훈련만 해왔으니 이제 야수로서 복합적인 훈련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라며 나성범 지도책 개요를 이야기한 김 감독. 나성범에게 최종적으로 원하는 바에 대해 묻자 김 감독은 '허허"라며 웃은 뒤 목소리에 힘을 더했다.
"팀의 3번 타자 감으로 생각 중이다. 파워 포텐셜도 있고 발도 빠르고. 우리 팀의 붙박이 3번 타자로 키우고 싶다". 두산 감독 재임 시절이던 2010년 김 감독은 발 빠르고 손목힘이 좋은 고영민을 3인 테이블세터진의 열쇠인 3번 타자로 중용하고자 했으나 결과는 안 좋게 흘러갔던 바 있다.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색을 칠하는 만큼 김 감독은 타선 중추 노릇을 할 타자로 나성범을 점찍은 셈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나성범이 타자로 전향하더라도 이민호(부산고 졸업예정), 좌완 노성호(동국대 졸업예정) 등 다른 신인 투수들의 재능을 믿고 있다는 이야기와도 같다.
아직까지 국내 무대 신생팀 초대 감독으로서 재계약에 성공한 전례는 없다. NC와 3년 계약을 맺고 임기 내 팀의 돌풍을 노리는 김 감독. 3억 좌완 나성범의 타자 전향은 김 감독 모험기의 첫 걸음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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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