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고 우승 세리머니를 하려고 했는데 갑용이 형이 너무 빨리 뛰어왔다".
평소에 감정 표현을 자주 하지 않던 그였기에 아쉬움을 더 큰 듯 했습니다.
삼성 라이온즈의 '돌부처' 오승환(30)이 지난달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를 끝내고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후 가진 MVP 인터뷰에서 "끝나고 우승 세리머니를 하려고 했는데 갑용이 형이 너무 빨리 뛰어왔다"며 아쉬워했습니다.

오승환이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은 지난 26일 2차전에서 세이브를 따내고 인터뷰를 하면서 "지금까지는 이겨도 별로 세리머니를 안했었지만 우승은 특별하다. 팀이 우승을 하게 되면 세리머니를 하려고 생각 중이다. 뭔지는 우승하고 나서 보여드리겠다"며 우승 세리머니를 예고했었기 때문입니다.
시즌 중에는 경기 후 포수 진갑용과 손을 위로 들어올리는 세리머니 만을 보여줬던 오승환인지라 기자들도 그가 어떤 세리머니를 준비하고 있을지에 관심이 쏠려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승환은 9회 2사에서 마지막 타자가 3루수 땅볼로 아웃되는 것을 지켜본 뒤 뛰어오는 진갑용과 격한 포옹을 나눈 것 외에는 별다른 세리머니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순식간에 다른 선수들이 그들의 주위를 감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승환도 그점이 매우 아쉬운 듯 했습니다. 오승환은 과묵하던 보통 인터뷰 때와 달리 "갑용이 형이 너무 빨리 뛰어왔다"고 말한 후 "보통 때 베이스 러닝을 그렇게 빨리 하지…"라며 진갑용에게 원망의 한 마디를 남겨 인터뷰룸을 폭소의 장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오승환은 마지막으로 "준비한 세리머니는 내년 다시 우승한 뒤에 보여드리겠다"며 은연중에 내년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오승환은 인터뷰룸에 오기 전 팬들에게는 확실한 세리머니를 보여줬습니다. 시상식 후까지 남아있던 팬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가진 선수들의 댄스 타임에서 멋진 댄스를 선보인 것입니다. 팬들은 어느 선수의 댄스보다 마지막에 나온 '포커페이스' 오승환의 댄스에 큰 호응을 보냈습니다.
마운드 위에서는 누구보다 무서운 승부사지만 이처럼 의외의 매력을 가진 오승환이기에 더욱 멋진 것 아닐까요. 오승환이 내년 이맘때쯤 우승 세리머니가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삼성이 내년에도 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가을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