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타 시리즈'.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의 2011 한국시리즈는 흔히 '빈타 시리즈' 혹은 '불펜 시리즈'라고 불린다. 2-0, 2-1, 1-0 등 축구를 방불케 하는 적은 점수와 선발과 불펜의 경계를 무너뜨린 빠른 투수 교체 등 보통 야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 연일 펼쳐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한국시리즈 5경기의 양팀 총 득점은 21점에 그쳤고 경기당 득점은 4.2점에 불과했다. 최근 10년 간의 한국시리즈 경기당 평균 득점(6,96)에 비해 턱없이 낮다. 특히 오랜만에 8-4의 타격전이 벌어졌던 4차전을 빼면 양팀의 4경기 총 득점은 9점, 경기당 득점은 2.25점에 그쳤다. 그나마 삼성이 21점 중 14점을 뽑아내 공격력을 살리겠다던 류중일 감독의 체면 치레를 했다.

그러나 이번 한국시리즈가 눈에 띄는 빈타 시리즈였는지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이번 시리즈에서 양팀이 기록한 안타는 총 68안타. 경기당 13.6안타를 쳤다. 삼성이 35안타, SK가 33안타를 사이좋게 기록했다.
10년 내 한국시리즈를 살펴봤을 때 10번의 한국시리즈 총 59경기에서 한 경기당 안타는 15.31개가 나왔다. 올해 한국시리즈 안타는 13.6개. 두 팀의 안타를 합친 기록이라는 점을 볼 때 한 경기에서 양팀 선수들이 안타 한 개씩 만을 덜 친 숫자와 얼추 비슷하다. 최강의 에이스들 만을 투입하는 한국시리즈에서는 안타 한 두개가 경기의 향방을 가르기는 하지만 역대 최고 수준의 빈타는 아닌 것이다.
가장 '짠물 시리즈'는 2004년 삼성과 현대의 한국시리즈였다. 현대가 4승을 거두기까지 9경기(4승3무2패)나 걸린 그해의 혈투에서는 경기당 13.56안타라는 '저조한' 기록이 나왔다. 올해 한국시리즈보다도 더 적은 안타다.
그러나 2004년 '짠물시리즈'에서 삼성과 현대는 9차전을 벌이는 동안 0-0 무승부(4차전) 한 번을 기록하면서도 9경기 평균 8.11점의 점수를 뽑아내 10년 사이 2002년(9.33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점수를 생산해냈다. 올해 한국시리즈와 2004년 한국시리즈가 확연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2004년 삼성과 현대가 적은 안타를 뽑고도 많은 점수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9경기에서 총 16개의 홈런이 터져나와 순도 높은 '안타'가 많았다는 점이 우선 한몫 했다. 2004년의 현대와 삼성은 그해 팀 타율 1,3위, 팀 홈런 2,3위를 차지한, 한마디로 화끈하게 몰아치는 공격 야구의 팀이었다. 그러나 올해 삼성과 SK는 양팀 모두 타격 부진을 보이면서 안타도 줄고 홈런 개수(6개)도 줄어들었다.
삼성과 SK가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1,2위를 기록한 '투수 강국'이라는 것도 이번 한국시리즈의 득점을 낮춘 요인이다. 위기가 오면 바로 투수를 교체해 공격의 맥을 끊기 때문에 안타가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올해 삼성은 탄탄한 선발진과 강한 불펜, 그리고 마무리 오승환까지 이어지는 완벽한 마운드를 구축했다. SK는 비록 준플레이오프부터 올라오느라 힘을 뺐지만 원래 '벌떼 마운드'로 유명한 팀이다.
재미있는 것은 2004년이 삼성에 선동렬 현 KIA 감독(당시 삼성 투수코치)이 영입된 첫 해였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삼성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선동열 감독이 삼성의 마운드를 강화시키는 데 힘쓰면서 상대적으로 얇아진 타선이, 2004년과 올해 한국시리즈의 성적을 가른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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