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프로 10년차. 보이지 않는 살림꾼에서 주역으로 떠오르려 한다.
인천 전자랜드 포워드 이현호(31·192cm)에게는 한때 '최악의 신인왕'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지난 2003-2004시즌 서울 삼성 소속으로 데뷔 첫 해 평균 3.2점 1.7리바운드를 기록하고도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어 어부지리로 신인왕을 차지했다는 의미였다. 10년차가 된 올해 이현호는 그 때 받은 신인상이 괜한 것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고 있다.
이현호가 업그레이드됐다. 10번째 시즌을 맞아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전자랜드의 든든한 살림꾼 노릇을 해내고 있다.

지난 1일 창원 LG와 원정경기는 이현호의 진가가 제대로 나타난 한판이었다. 수비에서 서장훈을 2쿼터 이후 단 4점으로 꽁꽁 묶었고, 공격에서도 예상치 못한 3점슛 3개 포함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5점을 올렸다. 4쿼터 결정적인 리바운드와 루즈볼 캐치로 경기 흐름을 전자랜드로 가져왔다. 서장훈은 4쿼터 내내 이현호희 밀착 마크에 공 한 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다.
이날 경기뿐만이 아니다. 올 시즌 8경기에서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당 27분12초를 소화하며 평균 9.9점 5.1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3점슛도 평균 1.5개. 데뷔 후 가장 좋은 기록들이다. 올해 외국인선수 제도가 1명 보유 1명 출전으로 바뀌면서 토종 포워드들의 존재감이 눈에 띄게 커졌는데 이현호가 대표적이다.
이현호 특유의 끈적끈적한 수비와 허슬플레이는 여전하다. 여기에 3점슛이라는 무기가 장착됐다. 3점슛 19개 중 12개를 적중시키며 성공률이 63.2%에 달한다. 지난 9시즌 통산 3점슛 평균 갯수가 0.3개이고, 3점슛 성공률이 32.8%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장족의 발전. 외곽슛이 안정되다 보니 골밑으로 파고 드는 것도 용이해졌다. 공격에도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안양 KT&G(현 KGC인삼공사) 시절부터 이현호를 지도한 유도훈 감독은 "이현호는 수비형 선수지만, 상대가 풀어놨을 때 공격 쪽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현호도 "오픈 찬스가 쉽게 와서 편안하게 쏜다"며 공격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외국인 센터 잭슨 브로만이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현호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살림꾼을 넘어 주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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