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여론이 중요하고, 한화 구단도 여론이 움직이면 나서게 되지 않겠는가. 추이를 지켜보십시다.”
지난 10월31일, 한국시리즈 5차전 잠실구장에서 만난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최근 박찬호(38)의 한국 내 선수생활 지속 문제와 관련해 언급한 발언이다.
구 총재는 그날, 인천 문학구장 한국시리즈 3차전 때(10월28일) 박찬호가 귀국 인사차 방문한 자리에서 오갔던 간단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그같이 말했다.

구 총재는 당초 박찬호의 국내 선수생활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 까닭은 ‘룰에 의한 한국 프로야구 행정’이 구 총재의 운영 원칙이었기 때문이다. 박찬호 1인을 위한 ‘특별법 제정’은 그런 원칙을 무너뜨리게 된다는 점에서 꺼려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박찬호가 돌아올 경우 흥행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주변의 조언에 한 발 물러서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구 총재가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다소 곤혹스런 처지를 내비쳤다고 볼 수 있겠다.
구 총재는 “(10월28일 만남에서 박찬호에게) ‘한국 야구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하니, ‘실패도 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더라”면서 박찬호가 강한 복귀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구 총재의 그 같은 발언은 내년이면 우리나이로 불혹(마흔 살)이 되는 박찬호가 과연 한국야구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 지, 자칫 망가져서 영입하지 않느니만 못하게 되지나 않을 지 따위의 의구심을 표시한 것이었는데 박찬호는 분명하게 ‘귀국 후 선수생활 지속’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구 총재는 ‘박찬호 문제’ 해법의 하나로 연고구단인 한화 이글스의 적극적인 영입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화 구단이 움직여야 한다. 2006년 특례법(해외파 일시 귀국 허용) 당시 한화 구단만 대상에서 빠졌는데, 그런 점을 다른 구단에 호소해 동조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와 아울러 구 총재는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때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지적, 한화 구단의 박찬호에 대한 대우 조건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와 관련, 박찬호가 작년 시즌 후 메이저리그 무대를 접고 한화 구단과도 접촉을 했으나 일본으로 가게 된 것이 ‘조건의 차이 때문’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시 한화 구단은 박찬호의 영입에 나섰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그 때 구 총재 전임 유영구 총재가 ‘박찬호 구제론’에 호의적이었음을 들어 박찬호의 귀국이 ‘실기(때를 놓침)’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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