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내가 MVP를 '꼭' 타야 하는 이유는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1.11.02 14: 50

"나도 있다".
삼성 라이온즈의 정상 등극을 이끈 홈런왕 최형우(28, 외야수)가 정규시즌 MVP 등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최형우를 비롯해 오승환(삼성 투수), 윤석민(KIA 투수), 이대호(롯데 내야수) 등 4명을 MVP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MVP 및 신인왕은 오는 7일 오후 2시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하모니볼룸에서 기자단 투표를 통해 선정한 뒤 발표할 예정. 최형우는 2일 오전 OSEN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나도 있다. 인터넷에 보면 특정 선수가 확정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요즘 유행어처럼 불편한 진실인 듯 했다. 그럴만도 했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방출과 재입단의 우여곡절을 겪은 최형우의 사례는 꿈과 희망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는 경찰청에 입대한 뒤 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해 수비 부담을 줄이고 공격력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2007년 2군 북부리그서 타율 3할9푼1리 128안타 22홈런 76타점 72득점으로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08년 삼성에 재입단한 최형우는 전 경기에 출장, 타율 2할7푼6리(384타수 106안타) 19홈런 71타점 68득점으로 역대 최고령 신인왕에 등극했다.

최형우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최형우는 2009년 23개의 아치를 쏘아 올린 뒤 지난해 24홈런을 터트리며 '국민타자' 이승엽(35)의 계보를 이을 좌타 거포로 성장하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는 류중일 삼성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붙박이 4번 타자로 뛰며 3할4푼(480타수 163안타)의 고타율 타율 달성과 더불어 홈런, 타점, 장타율 등 3개 부문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올 시즌 고의 4구 1위(15개)로 상대 투수의 경계 대상 1호로 급부상했다. 이젠 누가 뭐래도 국내 최정상급 타자다. 그리고 우승팀 4번 타자라는 프리미엄까지 얻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최형우는 이대호(롯데)와 버금가는 선수다. 그가 MVP가 된다면 신선한 충격이다. 최형우는 야구를 그만 둘 뻔했는데 자신의 노력으로 지금의 성과를 이뤘다"고 그가 쏟아냈던 땀방울의 가치를 인정했다. 그리고 류 감독은 "대 삼성의 4번 타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만큼 실력을 검증받았기에 가능하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은 "최형우는 몇 년 전부터 잘 했다. 올해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도 이 만큼 하는 것보면 대단하다"고 엄지를 세웠다.
최형우는 삼성 2군 타자들에게 롤모델같은 존재. A 선수는 "형우형같은 타자가 되고 싶다. 형우형의 활약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 형우형의 실력과 성적이 상승할수록 나의 꿈과 희망 역시 커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토브리그의 큰 손에서 화수분 야구의 대명사로 탈바꿈한 삼성에 최형우의 활약은 좋은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누군가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최형우의 가치는 수치상 성적만으로 증명할 수 없다. 그 이상이다. '홈런왕=정규시즌 MVP'의 공식이 이번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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