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퍼트 통해 본 한미일 '선수 찾아 삼만리' 사례는?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11.04 10: 45

프로야구단 프런트의 머릿속에는 공통된 생각이 있다. 좋은 선수와 계약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것이다. 그 선수를 잡기 위해서라면 어디든지 가겠다는 각오다. 이는 한국, 미국, 일본 3국 프로야구단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미국프로야구(MLB)에서는 특히 좌완 강속구 투수를 발견할 경우 스카우트들과 단장 및 사장까지도 "지구 건너편까지 찾아가 잡는다"는 말까지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두산 베어스가 올 시즌 맹활약한 외국인투수 더스틴 니퍼트(30)를 잡기 위해 김승영 사장, 김태룡 단장이 미국으로 날아갈 예정이다.

니퍼트의 집이 오하이오주인 만큼 한국에서 그곳까지 간다는 것은 최소 15시간 이상은 잡아야 한다. 구단 최고 관계자가 간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니퍼트는 올 시즌 한국무대 첫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29경기에 등판해 15승6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하며 최고 활약을 펼쳤다. 1선발로서 부족함이 없는 성적이었다.
두산은 당연히 니퍼트를 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일본프로야구 몇몇 구단이 니퍼트를 영입하기 위해 추파를 던지고 있어 불안하다. 지난해 두산은 에이스 켈빈 히메네스를 일본 라쿠텐에 넘겨줬기 때문이다.
두산은 올해만큼은 그 실수를 다시 범하지 않겠다는 마음에 김승영 사장을 비롯한 김태룡 단장이 미국으로까지 날아가 니퍼트의 마음을 얻겠다는 뜻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지난해 이맘때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정확한 날짜는 2010년 11월 16일이었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좌완 특급 클리프 리(33)를 잡기 위해 척 그린버그 최고경영자, 놀란 라이언 사장, 존 대니얼스 단장이 직접 클리프 리의 자택을 방문했다.
클리프 리는 시즌 중반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트레이드 되어온 뒤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팀을 월드시리즈까지 진출시켰다. 비록 월드시리즈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에이스인 팀 린스컴에 밀렸지만 텍사스로서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클리프 리는 꼭 필요한 존재였다.
이 뿐이 아니다. 뉴욕 양키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도 텍사스가 방문하기 일주일 전에 클리프 리를 찾아가 만났다. 양키스라는 명문 구단 단장이 직접 선수 집에 찾아갔다는 사실은 엄청난 일이었다. 당시 이 두 구단의 뜨거운 움직임에 미국 언론들도 상당히 놀라며 큰 이슈가 됐던 적이 있다.
그러나 클리프 리는 양키스도 텍사스도 아닌 필라델피아와 계약했다. 이 때문에 미국 언론은 클리프 리의 필라델피아행을 놓고 "충격적이다"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지난 3월 OSEN은 미국 플로리다주 크리어워터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클리프 리와 인터뷰를 했다. 당시 "왜 필라델피아를 택했느냐"는 질문에 리는 "필라델피아를 선택한 건 최고의 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 팀은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고, 월드시리즈 진출과 우승 확률도 높다. 한번이 아닌 여러 차례 우승도 가능한 전력이다. 일단 첫 번째 우승이 중요하다. 어떤 것도 보장되어 있지 않지만 난 최선을 다해서 필라델피아가 승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우승과 승리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
더불어 클리프 리는 텍사스와 양키스 고위 관계자가 자신을 찾아온 것에 대해 "기분은 좋았다. 정말 영광이었다. 그러나 난 내가 원하는 결정을 했다. 후회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여럿 있었다. 지난 2003시즌을 마친 히로시마 카프 소속이던 외야수 가네모토 도모아키(43, 한신)는 FA 자격을 획득했다. 그러자 당시 한신 감독이던 호시노 센이치 감독과 구마 슌지로 단장이 직접 그의 집을 방문해 계약을 이끌어 냈다.
소프트뱅크 호크스도 지난 2006년 왼손 거물타자 마쓰나카를 영입하기 위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직접 협상을 해서 계약했다.
물론 선수를 직접 찾아간다고 해서 계약이 모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8년 지바 롯데 마린스 바비 발렌타인 감독은 드래프트 1라운드로 지명한 아마추어 팀 혼다 자동차 소속이던 외야수 조노 히사요시를 영입하기 위해 직접 집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최고 대우까지 약속했다.
그러나 조노는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요미우리에 가고 싶었다"고 말하면서 발렌타인 감독과 단장의 성의에 정중히 거절했다. 이듬해인 2009년 드래프트에서 요미우리 1번으로 지명을 받은 조노는 2010시즌 센트럴리그 신인왕을 차지했고, 올해는 리그 수위타자에 올랐다.
지난 1998년에는 당시 오릭스 블루웨이브 미와타 가쓰토시 스카우트 팀장이 아라카키 나기사를 영입하기 위해서 자살까지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라카키는 소프트뱅크의 전신인 다이에 호크스 입단을 희망했지만 오릭스가 지명하자 정중히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렇지만 오릭스 고위 관계자의 특명을 받은 미와타 스카우트는 "자네가 우리 팀에 와준다면 나의 목숨까지도 바치겠다"는 유서를 쓰고 자살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미와타는 일본을 대표하는 타자인 스즈키 이치로(38, 시애틀 매리너스)를 영입하기도 한 스카우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었다.
사건이 터진 후 아라카키는 가족과 함께 상가를 찾아 정중히 사과했고, 오릭스 구단도 선수에게 큰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서로 합의를 통해 입단을 하지 않았다. 아라카키는 결국 2002년 다이에 호크스 유니폼을 입었다.
'뱀직구' 임창용(35, 야쿠르트 스왈로스)도 지난 시즌 후 FA 자격을 획득해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팀을 옮길 수 있었다. 야쿠르트보다 100억 정도 더 많은 금액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창용은 동료 선수들과 감독까지도 야쿠르트에 남아 달라는 말에 마음이 흔들리고 말았다.
위의 사례를 통해 본 결과 선수의 계약을 위해 돈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두산도 이런 믿음을 갖고 미국까지 날아갈 것이다. 니퍼트와 계약 여부를 떠나 두산의 행보에 의미가 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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