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프로야구, 정말 '투고타저'의 해였나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1.11.03 09: 20

높은 마운드와 맥못추는 방망이.
올 시즌 프로야구는 '투고타저'라고들 이야기한다. 실제로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의 팀 타율은 2할5푼9리에 불과했다. 반면 삼성은 팀 평균자책점 3.35를 마크, 웬만한 에이스급 투수의 평균자책점이라고 믿어도 될 만한 기록을 작성했다.
특히 올해 '마운드 왕국' 삼성과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가 2001년 리그 통합 후 치러진 11년 간의 한국시리즈 중 경기당 최소 안타 2위(13.6안타), 최소 득점 1위(21점·평균 4.2점)을 거둔 투수전이었기에 사람들의 뇌리 속에 올 시즌은 투고타저의 해로 오래 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록 만을 놓고 본다면 올해는 극심한 투고타저의 해는 아니다. 11년 간 올해보다 8개 팀 평균자책점이 낮고 평균 팀 타율도 낮았던 해가 2번(2006년, 2007년) 있다. 그중에서도 2006년에는 8개팀 평균자책점이 3.58, 평균 팀 타율이 2할5푼5리에 불과해 최고의 투고타저의 해가 됐다.
반면 올 시즌 8개팀 평균 팀 타율은 2할6푼5리로 11년 간 평균 타율(.267)과 별로 차이나지 않는다. 총 평균자책점(4.14)만이 11년 평균자책점(4.26)에 비해 낮은 편으로 투수들이 타자들에 비해 비교적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올 시즌 팀 타율 1위인 롯데는 지난해에 이어 2할8푼8리의 맹타로 11년 내 타율 1위 팀 중 최고 타율을 기록, 야구 팬들에게 뜨거운 화력을 보여줬다. 올 시즌 경이로운 팀 타율 1위의 삼성과 함께 던지고 치는 재미를 모두 선사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이 투고타저로 기억되는 것은 최근 2년간 급상승한 투수력 때문이다. 2009년 8개팀의 평균자책점은 4.81이었지만 2010년에는 4.59, 그리고 올해는 4.14로 급격히 낮아졌다. 이에 따라 8개팀 평균 팀 타율도 2009년 2할7푼5리, 2010년 2할7푼, 2011년 2할6푼5리로 뚝뚝 떨어졌다.
최근 갑자기 팀들이 '투고타저화'된 것은 김성근 전 감독의 지휘 아래 2007년부터 불펜 야구를 펼친 SK가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해 3번 우승을 거머쥐는 등 맹위를 떨치면서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생각이 팀들 사이에 퍼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2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가 내야수 하주석인 것이 이슈가 될 만큼 신인 투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트레이드도 점차 투수 중심으로 흘러가는 추세다. 또한 8개 팀 외국인 선수 16명 중 외국인 타자는 카림 가르시아(한화)와 코리 알드리지(넥센)에 불과하다. 각팀마다 마운드를 보강하기 위한 투수 선호 현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결국 각팀들이 아무리 맹타를 휘둘러도 포스트시즌까지 그 기세를 가지고 가지 못하면 인정받지 못하는 셈이 됐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삼성과 SK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투고타저가 부각됐다.
참고로 올 시즌 한국시리즈는 10년간 2번째로 적은 경기당 13.6안타, 경기당 평균 4.2득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가장 적은 안타 수가 나온 2004년(13.56안타)에는 경기당 평균 득점이 8.11점이었던 것과 대조된다. 그 이유는 홈런 개수의 하락(2006년 9경기 16개→2011년 5경기 6개)과 불펜 야구 활성화로 인한 실점 최소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올 시즌은 전형적인 '투고타저의 해'였다기 보다는 안타를 맞아도 점수를 내주지 않는 '불펜 야구의 해'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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