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에게 있어서 군 복무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올 시즌 홈런·타점왕 최형우(28,삼성), 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24,두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일단 둘 다 신인왕을 수상했다. 최형우는 2008년, 양의지는 2010년 각각 중고신인으로 수상에 성공했다. 그리고 두 번째 공통점으로는 바로 경찰청 야구단 출신이라는 점이다.
2005년 소속팀 삼성에서 방출당한 최형우는 경찰청에 입대한 뒤 야구에 눈을 뜬다. 결국 제대 후 삼성에 복귀한 최형우는 꾸준한 성적을 올리다 올 시즌 잠재력을 폭발시켜 이대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양의지 역시 2008년 경찰청 입대 전까지는 별 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지만 경찰청에서 기량을 절차탁마해 복귀한 바로 그해인 2010년 신인왕 수상에 성공한다.

이처럼 최근 5년간 상무나 경찰청 등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하며 군 복무를 마친 야수들 가운데 1군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형우와 양의지 외에도 박석민(26,삼성), 서동욱(28,LG), 박병호(25,넥센), 유한준(30,넥센), 최진행(26,한화), 김주형(26,KIA)등 숱한 선수들이 소속 구단으로 복귀, 핵심 선수 및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반면 투수들 가운데는 군 복무를 마친 뒤 두각을 드러내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다. 그나마 경찰청을 거친 손승락(29,넥센)과 이재곤(23,롯데)이 제대 후 복귀 시즌이었던 2010년 활약을 펼친 게 눈에 띈다. 손승락은 올 시즌도 변함없는 활약을 이어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 가운데 하나가 됐지만 이재곤은 부진에 빠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2008년 상무에 입대, 군 복무를 마친 박희수(28,SK) 정도가 1군 주전 멤버로 자리 잡았다.
일부에서는 투수가 타자에 비해 군 복무 후 두각을 드러내는 사례가 적은 까닭으로 ‘어깨는 쓸수록 소모 된다’는 근거를 내세우기도 한다. 타자의 경우에는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감각을 끌어올릴 기회가 되지만 투수는 일단 많이 던지면 구위가 떨어진다는 것. 이에 대해 MBC 스포츠플러스 양상문 해설위원은 “그렇게 속단하기는 힘들다”고 입을 열었다.
양 위원은 퓨처스리그서 활동하며 군 복무를 마친 타자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는 이유로 “사실 기량발전 가능성이 많은 선수들이 잠재력을 터트린 것”이라며 “타자는 경험과 경기 감각이 중요하다. 1군에서는 출장 기회를 많이 받지 못한 선수가 2군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서면서 감각을 찾았기에 제대 후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타자는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가 ‘탁’하고 튀어나오는 경우가 투수에 비해서 잦다”고 설명했다.
또한 양 위원은 “각 구단에서 타자들 가운데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2군에서 기량을 감추게 했다가 1,2년 만에 군대에 보내는 경우가 있다. 이런 선수들은 군 입대한 뒤 경기에 출전하면 기량이 크게 향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투수의 경우에 대해 양 위원은 “투수는 많은 경험보다 강한 타자들과 실전에서 상대해 보는 게 도움이 된다. 그런데 2군 타자들은 조금 약하다 보니 효과가 적다”면서 “또한 2군 투수들은 1군처럼 체계적인 로테이션 관리가 힘든 측면이 있다. 여기에 아무래도 군대라는 특성 상 군 특유의 훈련 분위기가 영향을 준 게 아닐까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겨울은 야구계에 군 입대와 제대가 동시에 벌어지는 계절이다. 선수 생활의 터닝 포인트로 삼고자 각오를 다진 채 입대하는 신병들과 청운의 꿈을 안고 1군 복귀를 준비하는 말년 병장들이 스치는 시기. 과연 어떤 ‘송곳’이 주머니를 뚫고 2012년 한국 프로야구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할까. 그것을 예상해 보는 것도 스토브리그를 보내는 팬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