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2011 시즌 프로야구는 끝났다.
10월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수호신 오승환이 예의 돌직구를 앞세워 9회초 SK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고 1-0 승리를 확정짓는 순간 삼성 선수단과 팬들은 환희의 순간을 만끽했다.
그 때 쓸쓸히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SK의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된 타자는 정상호였다. 3루수 앞 땅볼로 1루에서 아웃된 정상호의 뒷모습은 허탈함과 아쉬움 그리고 피로가 두 어깨를 누른 모습이었다. 하필 마지막 아웃 타자가 정상호인 것이 어떻게 보면 잔인했다.

정상호는 한국시리즈 5경기를 포함해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총 14경기를 교체없이 풀타임으로 뛰었다. 박경완의 부상으로 정상호는 SK 안방을 혼자 도맡았다. 정상호 자신도 잔부상에 시달렸지만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 강행군은 어쩔 수 없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경기 전 훈련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이만수 SK 감독대행은 한국리즈 5차전 종료 후 "정상호에게 가장 고맙다"며 팀내에서 가장 수훈 선수로 정상호를 꼽았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까지 모든 경기를 교체없이 뛴 포수는 정상호가 처음이다. SK에서 가장 고생한 타자가 한국시리즈 마지막 아웃카운트로 끝난 셈이다.
그런 면에서 플레이오프 마지막 타자도 비슷하다. 롯데 손아섭이었다. 손아섭은 5차전 4-8로 뒤진 9회말 2사 1루에서 SK 정우람을 상대로 좌익수 플라이로 그치고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롯데를 울리고 웃긴 손아섭이 플레이오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기록하고 롯데의 '가을잔치'를 끝낸 것도 흥미롭다.
손아섭은 사실상 플레이오프 전체 흐름을 결정지은 타자였다. 그는 1차전 패배의 주인공이었다. 6-6 동점인 9회말 1사 만루에서 손아섭은 정우람을 상대로 초구에 때린 타구가 2루수 앞 병살타가 되면서 고개를 떨궜다. 안타도 아니고 볼넷이나 희생타, 느린 내야 땅볼 등 많은 승리의 경우의 수가 있었지만, 딱 하나 안되는 병살타로 승리를 놓쳤다. 손아섭은 1승2패로 벼랑끝에 몰린 4차전에서는 5회 2사 2루에서 좌전 적시타로 결승 타점을 올렸다. 롯데는 4차전을 2-0으로 승리했다.
준플레이오프 KIA 마지막 타자는 이종범이었다. 이종범은 준플레이오프 4차전 0-8로 뒤진 9회말 2사 후 대타로 나와서 SK 좌완 이승호를 상대로 삼진을 당했다. 이종범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이후 많은 이야기거리를 남겼다. KIA 팬들은 이종범의 대타 기용을 놓고 KIA 코칭스태프를 비난했다.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이종범 본인도 이미 패배가 완전히 기운 9회말 2사 후 대타에 대해 마뜩찮았는지 스윙도 제대로 하지 않고 루킹 삼진을 당했다. 이후 이종범은 "선수 기용 권한은 감독님이 갖고 있으니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내가 타석에 설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감정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조범현 감독은 감독직에서 물러난 후 설명했다. 그는 "이종범을 내년에도 선수로 계속 뛰게 할 생각이 있었다. 타석에 많이 못나간데다 팬들에게 인사하라는 의미에서 마지막 타석을 이종범에게 맡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뉴욕 양키스의 '2000만달러 사나이'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시리즈 마지막 아웃을 자주 기록했다. 양키스의 최근 다섯 차례 시리즈 탈락 중에서 로드리게스는 4번을 마지막 타자로 아웃을 당했다. 2005년 디비전시리즈에서는 병살타로 고개숙였고 2007년 디비전시리즈에서는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2010년 챔피언십시리즈와 2011년 올해 디비전시리즈에서는 나란히 삼진을 당했다. 2006년 디비전시리즈 탈락 때는 마지막 타자의 운명에서 벗어났다. 양키스는 2008년에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고 2009년에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한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