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이 본격적인 컴백을 앞두고 워밍업을 위해 공개하는 일명 '선공개곡'이 실제 타이틀곡의 인기를 능가해버리는 이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이승기가 5집 '투나잇'을 발표하기 전 선공개한 '연애시대'가 타이틀곡 '친구잖아'보다 오히려 더 큰 인기를 모았으며, 이에 앞서 비스트와 리쌍도 선공개곡으로 음원차트를 강타한 바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최종 후보를 발표한 2011 멜론 뮤직어워드에서도 잘 드러난다. 비스트는 선공개곡인 '비가 오는 날엔'으로, 리쌍도 선공개곡 'TV를 껐네..'로 TOP30 후보에 올랐다. 타이틀곡 보다 선공개곡 음원이 더 많이 팔렸다는 의미다.

선공개곡은 타이틀곡으로 하기엔 다소 모자라고, 그렇다고 앨범 수록곡으로 '묻기'엔 아까운 곡들을 주로 선정하게 된다. 타이틀곡이 컴백을 맞은 가수의 변신이나 원래 색깔에 중점을 둔다면 선공개곡은 보다 더 쉽게 회자될 수 있는 곡을 고르는 경향이 있다. 댄스그룹의 경우엔 차분한 발라드를, 발라드 가수의 경우에는 발랄한 곡을 선공개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은 것.
'비가 오는 날엔'은 그동안 댄스곡으로만 이름을 알려온 비스트가 쓸쓸한 감성을 표현한 곡으로 지난 5월 발표되자마자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쓸더니 KBS '뮤직뱅크'에서 1위까지 차지한 바있다. 선공개곡으로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1위를 차지한 것은 매우 이례적.
정작 정규1집 타이틀곡은 뒤이어 발표된 '픽션'이었는데, '픽션' 역시 1위를 기록하는 데에는 성공하긴 했지만 더 오래 사랑받은 노래는 '비가 오는 날엔'이었다. 일부 차트에서는 '픽션'이 발표된 이후에도 '비가 오는 날엔'이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변은 리쌍으로 이어졌다. 지난 여름 음원차트를 휩쓸어버린 'TV를 껐네..'는 리쌍이 '본게임'에 앞서 대중의 반응을 살피고자 발표한 선공개곡이었다. 그러나 이 곡은 지난 8월16일 발표 직후 국내 모든 음원차트 1위를 휩쓸며 '퍼펙트 올킬'을 기록했고, 22일 뒤이어 발표된 리쌍의 7집 음반 수록곡이 음원차트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도배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타이틀곡은 리쌍 특유의 사랑 노래인 '나란 놈은..답은 너다'. 그러나 7집이 발표된 이후에도 차트에 가장 오래 살아남아있었던 곡은 'TV를 껐네..'였다.
음반 발표 3주차인 다음주에 컴백 방송을 시작할 예정인 이승기도 선공개곡과 타이틀곡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연애시대'가 지난달 여심을 사로잡으며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하는데 성공, '친구잖아'보다 오히려 더 뜨거운 반응을 끌어낸 것이다. 뒤이어 발표한 '친구잖아' 역시 음원차트 상위권에 안착해있지만 많은 여성팬들이 여전히 '연애시대'에 열광하고 있는 상태.
예능 스케줄 때문에 다음주에야 컴백 방송을 가지게 된 이승기는 다양한 음악 방송 레퍼토리를 위해 '연애시대'의 라이브 무대를 선보일 계획도 갖고 있다. 이승기의 한 관계자는 "'연애시대'의 무대 버전을 따로 편곡 중"이라고 밝혔다.
이같이 선공개곡이 너무 '핫'해짐으로써, 당초 계획했던 프로모션과는 다소 다른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경우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타이틀곡으로 뭔가 보여주려 했다면 아쉬울 수는 있지만, 가수 입장에서는 어떤 곡이 큰 사랑을 받든 큰 문제는 없다.
오히려 전혀 다른 색깔의 선공개곡과 타이틀곡을 연이어 대중 앞에 선보이면서, 어떤 색깔에 대중이 반응하는지 테스트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리쌍의 길은 당시 인터뷰에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떤 곡이 타이틀곡인지는 의미가 없어진 것 같다. 대중이 사랑해준 곡이 타이틀곡 아니겠나. 'TV를 껐네..'가 우리 예상보다 훨씬 더 뜨거운 반응을 얻은 걸 보고, 향후 음악에도 어떤 길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기도 '뮤지션 이승기'를 알리는 의미가 컸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승기 관계자는 "이승기가 직접 공동작업한 노래인 '연애시대'가 대중적으로 통했다는 점에서, 뮤지션 이승기를 부각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두 곡 모두 사랑을 받았다는 점에서도 성공적이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스트의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도 결과적으로는 '윈윈'이었다고 풀이했다. 한 관계자는 "선공개곡을 통해, 예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곡을 새롭게 선보이면서 기존 팬층이 아닌 다양한 연령층에서 사랑을 받게 된 것 같다. 이로 인해 서로 다른 분위기의 '비가 오는 날엔'과 '픽션'이 서로 팬층을 보완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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