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 에이스' 손민한(36)의 믿음은 확고했다. 부상 악령에서 벗어나 부활의 날갯짓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3일 오전 구단 관계자와 면담을 가졌다. 구단 측은 현역 은퇴 후 해외 연수를 제안했다. 그러나 손민한은 "현역 생활을 더 하고 싶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구단은 이날 오후 손민한을 한국야구위원회에 자유계약선수로 공시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쉽게 표현하자면 방출 통보다.
손민한은 이날 OSEN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선수로서 미련이 남아 있다. 내년 시즌에 대한 희망이 없었다면 구단의 제안을 받아 들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내년에 대한 희망과 의지가 있었기에 받아 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손민한은 2008년 11월 롯데와 총액 15억원(계약금 8억원 연봉 7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뒤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대보다 실망이 컸던게 사실.
2005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낸 손민한은 2009년 어깨 통증에 시달리며 6승 5패(평균자책점 5.19)에 그쳤다. 그해 10월 미국 LA 다저스 구단 지정병원 조브 클리닉에서 감바델라 박사의 집도로 오른쪽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은 손민한은 지난해 재활에 몰두하며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올 시즌 전훈 캠프 명단에서 제외됐던 손민한은 시범경기에서 3차례 마운드에 올라 승패없이 1홀드(평균 자책점 2.08)로 건재를 과시했다.

그러나 3월 26일 대구 삼성전서 3-1로 앞선 6회 외국인 선발 브라이언 코리를 구원 등판했으나 오른쪽 어깨 통증을 호소, 8개의 공을 던진 뒤 강판됐다. 정규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부상 탈출이 1차 목표"라고 명예 회복을 선언했지만 불발에 그쳤다.
손민한은 "선수로서 미련이 남는 건 당연하다. 장담할 순 없지만은 스스로 생각했을때 내년 시즌에 대한 희망이 있기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 확신까진 아니지만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현역 생활의 연장을 갈망했다. 그래서 손민한은 "내가 이 와중에 연봉 액수가 뭐 중요하겠냐. 돈을 더 벌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자존심 회복이자 야구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우선"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는 "어느 팀이든 계약하더라도 얼마를 더 주겠냐. 돈과는 별개"라며 "스스로 (재기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구단의 제의를 받아 들였겠지만 선수로서 내년 시즌에 대한 자신감과 마무리를 잘 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물론 고향팀에서 현역 생활을 마무리짓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에 어쩔 도리가 없다.

갑작스럽게 통보를 받게 돼 아직 타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지는 못했다. 손민한은 "내가 원하는 팀이 있고 없고가 아니라 나를 원하는 팀이 있다면 내가 가서 그 팀에서 최선을 다해 도움이 되는게 우선"이라고 했다.
롯데는 2008년부터 4년 연속 가을 잔치에 나섰다. 2009년부터 부상 악령에 시달리며 가을 무대에 초대받지 못했던 손민한은 "동료 선수로서 미안한 마음이 너무나 크고 구단에도 미안한 마음이 상당히 크다. 롯데팬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더더욱 크다. 죄송하고 아쉽고 안타깝고 그렇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죄송한 마음을 보답할 수 있는 건 하나 뿐이다. 타 구단이 될지 안 될지 아니면 야구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은 야구 선수 손민한이라는 사람이 마운드에서 던지는 모습을 단 한 번이라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마지막 자존심을 걸겠다".
향후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는 "꾸준히 몸을 만들어야 하는데 당장 공을 던질 곳이 마땅치 않아 안타깝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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