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4년 미국프로야구(MLB) LA 다저스에 입단해 '코리안특급'으로 명성을 날렸던 박찬호(38)가 내년 시즌 한국프로야구에서 뛸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지난 2일 서울 양재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8구단 단장 회의에서 박찬호의 한국무대 복귀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한화 이글스 노재덕 단장은 "8개 구단이 각각의 의견을 냈다. 박찬호가 한국야구에 있어서 상징적인 점을 감안해 내년에 한국에서 뛰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박찬호가 내년 시즌 한국에 복귀하는 데 긍정적으로 의견이 모아진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라는 상징성이 큰 몫을 차지했다.

회의에 앞서 노 단장은 "박찬호는 특별법을 만들 가치가 있는 선수다. 앞으로 이런 케이스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규정을 계속 바꾸고, 특별법을 논의할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박찬호의 상징성을 회의에서 어필하겠다는 뜻이었다.
회의를 마치고 난 뒤 기자들과 다시 만난 노 단장은 "박찬호는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거로서 국위 선양을 한 측면이 크다"면서 "앞으로 이런 케이스가 없는 만큼 단장 회의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박찬호는 지난 1994년 LA 다저스와 계약한 뒤 통산 17년 동안 476경기 124승98패 평균자책점 4.36 탈삼진 1715개. 통산 승수는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최다승이며 최다 투구이닝(1993이닝)도 박찬호의 몫이다. 그는 영광과 좌절, 환희와 역경이 어우러진 17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노모 히데오(일본)와 함께 아시아 투수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그러나 박찬호는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생활을 정리하고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에 입단해 올 시즌 일본에 머물렀다. 시즌 초반 선발 투수로서 안정된 활약을 펼쳤지만 햄스트링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5월 이후 1군에서 뛰지 못했다. 일본 무대 성적도 1승에 불과했다.
어떻게 보면 일본에서 1년이 그의 야구 인생에서 오점으로 보일 수도 있다. 박찬호로서는 선수 생활을 화려하고 마감하고 싶은 이유이가도 하다. 이 때문에 시즌 종료 후 박찬호는 "내년에는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28일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문학구장에 나타나 구본능 KBO 총재를 만나 한국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하며 다시 한 번 박찬호의 한국행이 관심을 받게 됐다. 박찬호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한국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문제는 복귀 절차상의 문제다. 박찬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정은 야구규약 105조 제3항으로 '1999년 이전 해외 진출 선수가 국내 복귀할 경우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1999년 이전 해외 진출 선수 중 현역으로 남아있는 선수는 박찬호뿐이다. 1999년 이후 해외 진출 선수만 있기 때문에 규정을 다시 손봐야 할 일이 없다. 야구규약 105조 제3항은 박찬호 때문에 남아있는 규정이다.
그러나 단장회의에서 긍정적인 의견이 모아진 만큼 박찬호의 복귀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노 단장은 "이제 절차상으로 사장단이 모이는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되면 내년에 한국에서 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음주에 사장단 미팅 때 최종 결정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90년대 말 한국야구 팬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박찬호. 그 덕분에 한국무대 복귀가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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