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대박 신인' 실종은 2002 월드컵 탓?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1.11.04 08: 52

최근 혜성처럼 떠오르는 신인 선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올 시즌 신인왕 후보도 공식적으로는 LG 트윈스의 임찬규(19)와 삼성 라이온즈의 배영섭(25)으로 좁혀졌지만 야구계에서는 SK 와이번스의 박희수(28)와 KIA 타이거즈의 심동섭(20)도 '중고 신인'으로서 신인왕 후보로 여겨졌다. 올해 입단한 선수들 가운데서는 임찬규 만이 체면 치레를 했다.
최근 신인왕은 3년째 중고 신인이 수상하고 있다. 2005년 오승환(삼성), 2006년 류현진(한화 이글스), 2007년 임태훈(두산 베어스)까지는 그해 입단한 '진짜 신인' 선수가 수상했지만 2008년에 2002년 입단 선수인 최형우(삼성)가 신인왕을 수상한 후로 2009년 이용찬(두산, 2007년 입단), 2010년 양의지(두산, 2006년 입단)가 신인왕의 주인공이 됐다.

이처럼 최근 진짜 신인 선수들의 활약이 줄어들고 있는 것에 대해 '프로야구의 질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거나 '학생 선수들이 중고등학교에서 혹사 당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가장 독특하고도 신뢰성이 있는 이유는 바로 '월드컵' 때문이다.
2002년 우리나라는 한일 월드컵을 주최하면서 열정적인 축구 문화를 정착시켰다. 전국민이 축구에 열광했고 자연스레 많은 연봉과 대중의 인기를 받는 축구 스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때문에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1990년대 초반 출생자들 중 운동을 잘하는 학생들이 축구 쪽으로 갔다는 것이 '월드컵 키즈설'이다.
1990년대 후반 박세리가 골프 붐을 일으키면서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신지애, 최나연 등 '박세리 키즈'가 LPGA 등 해외무대를 휩쓸고 있듯이 2002년 당시 월드컵을 보고 자란 윤빛가람, 지동원, 손흥민 등 '월드컵 키즈'들이 최근 축구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반면 비교적 관심이 줄었던 야구계에는 지원자도 감소했고 그 결과 최근 걸출한 '대박 신인'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8월 2012시즌 신인 드래프트가 끝난 직후 한 해설위원은 "당시 키 크고 운동 좀 하겠다 하는 아이들은 부모들이 축구 선수를 시키려고 했다"며 "그래서 요즘 야구 신인들이 키도 별로 크지 않고 오자마자 활약하는 선수들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최근 입단한 신인들이 질적으로 떨어지는 선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선수들의 수 자체가 적다보니 그중 뛰어난 선수들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올 시즌 NC 다이노스 창단 효과로 신인 드래프트 지명자가 조금 늘어나긴 했지만 당시 한 프로팀 스카우트는 "누굴 뽑아야 할지 예전에는 눈에 훤히 보였는데 올해는 쉽지 않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다시 '대박 신인'들을 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위 해설위원은 "아마도 야구에 관심이 높아진 2006년 WBC,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이를 보고 자란 1990년대 중반 출생 선수들부터는 다시 '떡잎'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autumnbb@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