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한 방출과 악용 소지 있는 '2차 드래프트'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11.07 14: 00

'방출된 선수를 돈 주고 사가야 하나?'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롯데 손민한(36)의 방출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칫 악용될 소지가 다분한 '2차 드래프트'이기 때문이다.
롯데는 투수 손민한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자유계약선수로 공시 신청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더불어 황성웅(투수), 이승재(포수), 신고선수인 송보람, 김우경, 이정동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종전 같으면 손민한은 바로 무적 선수가 된다. 어디로든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손민한은 오는 22일까지 계속 롯데 구단 소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실제로 손민한은 구단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왜 그런 것일까.
일반적으로 페넌트레이스가 끝이 나면 4강 탈락팀은 방출자 명단을 발표한다. 규약에는 11월 30일까지 소속팀 선수로 남아 월급을 받게 되지만 방출 통보를 받으면 그 즉시 해당팀 소속에서 제외된다. 행정적인 절차와 더불어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빨리 열어주기 위함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는 이런 방출 소식이 전무 하다시피 하고 있다.
바로 전력 평준화를 위해 실시할 예정인 '2차 드래프트' 때문이다. KBO는 오는 22일까지 선수 신변 변화와 관련된 그 어떤 승인도 내주지 않을 방침이다. 결국 손민한의 방출은 최소 22일까지 KBO에 보류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6월 21일 제 5차 이사회에서 신생구단인 NC 다이노스의 선수수급을 논의한 것과 더불어 2차 드래프트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개월 뒤인 8월 구단 실무자 미팅을 통해 시행 세칙을 정했다.
그러면서 KBO와 각 구단은 '오는 21~23일 사이에 2차 드래프트를 시행하며 그 때까지 각 구단은 선수 신변을 유지한다. 방출은 2차 드래프트가 끝난 후에도 가능하니 그 때까지 공식적인 언급은 하지 말아달라'고 합의했다.
2차 드래프트는 각 구단의 전력 평준화를 위해 격년제로 실시하는 것이다. 오는 21일에서 23일 사이에 하루를 잡아 실시할 예정이다. 2차 드래프트는 페넌트레이스 종료일 소속 선수를 기준으로 구단은 외국인선수와 FA 신청선수, 군보류 선수를 제외한 45명의 보호선수를 2차 드래프트 시행 10일전까지 확정, KBO에 통보하여야 하며 명단은 시행 당일 공개한다. 특히 2차 드래프트의 양도금은 1라운드 선수가 3억, 2라운드 2억, 3라운드부터는 1억원으로 정했다.
결국 손민한을 비롯한 방출 대상 선수들은 자동적으로 2차 드래프트 명단에 공개적으로 이름을 올린 셈이다. 내부적으로 재계약 불가자로 분류가 됐더라도 구단이 개인에게 통보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단 입장에서는 돈을 벌 수 있고 선수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한 번 더 검증 받을 수 있는 장이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삐딱하게 보면 구단은 2차 드래프트에서 방출된 선수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셈이다. 작년만해도 각 구단은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방출자를 내보내야 했다. 하지만 이제 잘하면 최소 1억원의 양도금을 받아 챙길 수도 있게 됐다. 실제로 각 구단마다 방출 선수들에 대한 루머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발표를 미루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방출 여부가 공개되지 않았을 경우는 모르지만 손민한의 경우처럼 아예 방출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 상태에서 2차 드래프트에 나왔을 경우는 애매해진다. 방출된 선수를 최대 3억원을 주고 사가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선수의 가치가 떨어지고 데려가는 구단도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2차 드래프트의 본래 취지와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방출이 확정된 손민한의 경우 2차 드래프트에서 어느 팀으로부터도 지명을 받지 못하면 무상으로 데려갈 수 있다. 하지만 복수의 구단이 관심을 갖게 되면 다르다. 돈을 주고 데려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해당 구단의 버린 카드를 최대 3억원을 주고 모셔가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이에 KBO 관계자는 "22일까지 군입대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그 어떤 선수의 신변 변경 관련 문서는 받지 않는다"면서 "이는 실무자 미팅을 통해 각 구단에 부탁한 사항이다. 또 되도록 2차 드래프트가 끝난 후 방출자를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처음 실시하는 2차 드래프트가 악용될 소지는 분명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각 구단의 사정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면서 "일단 실시해보고 추후 문제가 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보완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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