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53) 전남 드래곤즈 감독이 팀을 떠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 감독은 지난달 31일 전남이 6강 플레이오프(PO) 진출에 실패한 것과 구단의 변화하지 않는 모습에 책임을 느끼고 사의를 표명했다. 전남 구단측은 정 감독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운영진과 정 감독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결과 전남 구단측의 전폭적인 지지 약속에 정 감독의 마음이 다시 돌아섰다. 전남이 약속한 지지가 단순한 투자가 아닌 선수들의 편의를 위한 선수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단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기 때문.

정 감독은 4일 OSEN과 전화 통화서 "사장님·단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코칭스태프와 오늘부터 드래프트와 트레이드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며 다시 전남 감독으로서 업무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감독은 사의 표명이 단순히 6강 PO에 진출하지 못해서가 아니라고 했다. "이번 시즌 한국 축구가 힘들었지만 우리 팀은 특히 어려웠다. 내부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그러나 어린 선수들이 잘해줬다. 6강 PO 진출 실패는 아쉬운 것이지, 결과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시즌 개막 후 10위권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6강 PO는 항상 가시권이었다. 아쉬울 뿐이다"고 말했다.
정 감독의 말처럼 전남은 이번 시즌 일이 많았다. 시즌 초 지동원(20, 선덜랜드)이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여름에는 선덜랜드로 갑자기 이적했다. 지동원의 빈 자리를 메우려던 선수는 승부조작 사태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정 감독으로서는 마음이 편할 날이 하루도 없었다.
그러나 사의 표명의 가장 큰 원인은 구단에 있었다. 1996~1998년, 2003년 전남에서 코치로 재직했던 정 감독은 전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지도자다. 정 감독은 당시와 지금의 전남이 큰 차이가 없는 것을 가장 아쉬워 했다.
정 감독은 "A대표팀와 올림픽 대표팀에 있으면서 선수를 가장 우선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전남 선수들은 어려서 그런지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선수들은 바뀌었는데 구단이 변화하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며 사의 표명의 뒷배경을 설명했다.
이제 전남 구단은 정 감독의 의도를 알고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선수 보강은 당연한 것이었다. 정 감독은 "선수들의 불편과 스트레스를 없애겠다. 선수 보강도 예산 한도 내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제부터 전남은 정 감독의 뜻대로 선수 중심의 구단으로 바뀌는 것이다.
한편 정 감독은 오는 9일 신인선수 선발 드래프트에 참여한 뒤 30일까지 광양에서 마무리 훈련을 실시, 기존 선수들과 신인 선수들을 점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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