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형이 포지션에서 매치업 되는 상대들보다 확실히 우월했다".
다른 팀의 신인으로 뛰고 있는 제자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지금은 다른 팀 상대로 바라보고 있는 데 대한 아쉬움도 비췄다. 지난 시즌까지 중앙대 사령탑을 지낸 김상준 서울 삼성 감독이 신인왕 경쟁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가드 김선형(23. 187cm, 서울 SK)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김 감독은 지난 4일 울산 모비스와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전날(3일)까지 4연패 중이었던 데다 주전 포인트가드 이정석이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사실상 시즌 아웃된 동시에 살림꾼 노릇을 해줄 포워드 김동욱도 허리가 좋지 않아 스타팅 멤버를 구축하는 데 골몰하고 있었다.

"경기서 신예 선수들이 많이 뛸 것이다. 무릎이 안 좋은 포워드 우승연도 경기 엔트리에 넣기는 했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얼마나 활용할 지는 미지수다". 막상 힘이 되어줄 선수들의 공백 때문인지 김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야기 도중 김선형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시즌까지 중앙대를 이끌던 김 감독은 52연승 대기록과 함께 했고 그 중심에는 '오세근(인삼공사)-김선형-함누리(전자랜드)' 트리오가 있었다. 이들은 드래프트서 각각 1,2,4순위를 차지하며 스포트라이트 속 지명 구단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 가운데 이전부터 주목받았던 오세근이 아닌 김선형의 이야기가 나온 것. 김선형은 1라운드 9경기 동안 평균 14.0점 2.2리바운드 2.3어시스트(4일 현재)를 기록했다. 슈팅가드로만이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포인트가드로도 나섰으며 3일 LG전서 결정적인 가로채기 후 원맨 속공으로 팀의 75-69 승리를 견인했던 주인공이 바로 김선형. 공격력은 둘째치고 새내기답지 않은 수비 움직임을 보여주는 김선형이다.
마음 같이 팀이 운용되지 않는 데 대한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김 감독이었으나 제자의 활약에는 잠시 웃음을 비췄다. "지금도 데리고 있었더라면"이라며 운을 뗀 김 감독은 김선형을 가르칠 당시를 떠올렸다.
"선형이는 당시 중앙대에서 비중이 굉장히 컸던 선수다. 앞선에서 좋은 수비를 펼쳤고 개인 기량 면에서도 슈팅가드 포지션에서 우월한 경쟁을 펼쳤다". 김선형은 수비력을 인정 받아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가 최종 엔트리 발표서 박찬희(인삼공사)에게 자리를 내주고 아쉽게 낙마했던 바 있다.
"3일 경기를 보니 (오)세근이가 많이 긴장해야겠던데"라며 웃은 김 감독은 "선형이는 경기 전 연습 때 프리스로 라인에서 점프해 360도 덩크를 꽂기도 했다. 다칠 수도 있으니 살살 하라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도 난다"라고 밝혔다. 실력뿐 아니라 탄력을 이용한 쇼맨십 면에서도 잠재력을 갖춘 김선형임을 알 수 있다.
그와 함께 김 감독은 "그런데 이제는 우리 선수가 아니네"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제자의 승승장구에 잠시 웃음을 찾았던 김 감독은 4일 경기마저 81-90으로 패하며 5연패에 빠진 슬픈 현실에 또다시 우울한 하루를 보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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