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봉사' 김결씨, "희생과 배려 가르칠래요"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1.11.05 06: 44

"야구만 가르치기보다는 희생과 배려, 공동체 문화를 가르치고 싶어요".
지난 4일 아시아야구연맹 총회가 열린 서울 시내 한 호텔 홀. 한 청년이 맨 뒷자리에 조용히 자리잡았다.
캄보디아 야구연맹 부회장을 만나기 위해 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야구선수 출신의 이 청년은 14일 캄보디아 출국을 앞두고 있다.

한국을 떠나 2013년 10월까지 약 2년 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50km 정도 떨어진 캄퐁스프 지역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자로서 야구 지도를 하게 되는 김결(24)씨는 설렘과 긴장이 반반씩 섞인 얼굴이었다.
김결씨는 "사실 처음에는 대체 복무라는 보상에 끌려 KOICA에 지원했다"고 회상했다. 발단은 7월쯤 아버지께서 건네주신 무가지 한 부였다. 그는 "예전에 교수님이 KOICA라는 게 있다고 알려주셔서 알고는 있었지만 야구쪽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아버지께서 '신문에 그런게 실렸더라'라고 말씀하시길래 다시 찾아보니 마침 야구 지원자를 뽑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동국대 졸업 후 15년 간의 야구선수 생활을 관둔 상황이었다. 국내는 물론 일본 독립리그팀에서도 입단테스트를 받았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야구를 다시는 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 그에게 KOICA 봉사는 단지 군복무를 위한 수단으로 보였다.
그렇게 김결씨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KOICA 봉사단원이 됐다. 선수증명서를 내고 토익, 영어회화, 논술 시험도 봤다. 인성검사, 신체검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면접을 거쳐야 하는 긴 과정이었다. 이후 한 달 간 캄보디아어 공부를 비롯한 사전 교육을 받았다.
김결씨는 "이제는 봉사에 대한 목적의식이 생겼다. 교육을 받으면서 뭔가 '가르치는 것'과 개발도상국을 돕는 것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됐다. 지금까지는 그런 생각을 안해봤는데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KOICA에서 야구를 가르치는 사람은 내가 첫 번째고 또 캄보디아에 한국을 대표해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크다"며 "야구에는 희생번트도 있고 팀배팅도 있다. 야구만 가르치기보다는 희생과 배려, 공동체 문화를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14일 캄보디아로 떠나 캄퐁 스프에서 두달 간 더 교육을 받은 뒤 야구 지도 봉사를 시작한다. 아직 어느 팀을 맡을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의식주는 스스로 해결하지만 KOICA가 주거비와 생활비를 제공한다.
이제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야구가 그에게 새로운 꿈의 길을 열어줬다. 김결씨는 이제 낯선 곳으로 한국의 야구를 알리기 위해 떠난다.그의 캄보디아 생활 2년이 한국과 캄보디아의 야구 발전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2년 후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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