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무대에서 선발 15승을 거둔 투수가 2군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경찰청은 지난 1일 장원준(25, 롯데)을 비롯한 최종 합격자 25명을 확정, 발표했다. 장원준은 올 시즌 29경기에 출전, 180⅔이닝 15승 6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하며 롯데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2004년 데뷔 후 통산 성적은 75승 68패 2홀드 평균자책점 4.13으로 역대 경찰청 입단 투수 가운데 최다승 투수다.
이미 장원준은 1군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은 선수다. 장원준이 기록한 통산 75승, 1171이닝, 800삼진은 롯데 역사상 6위에 해당한다. 완숙한 기량을 뽐내다 2년 간 1군 무대를 잠시 떠나는 장원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자칫 장원준이 2년 동안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채 소득 없이 시간을 보낼까 하는 걱정이다. 하지만 장원준에 앞서 1군에서 주전으로 활약을 펼치다 입대 후 한 단계 성장한 사례가 있다.

2군에서 군복무를 하며 변신에 성공한 선수로는 우규민(26, LG)이 손꼽힌다. 입대 전 팀에서 중간계투와 마무리로 활약한 우규민은 경찰청에 들어간 뒤 선발로 전환, 2년 동안 259⅓이닝 25승 4패 9세이브 평균자책점 2.74를 올렸다. 특히 올해에는 19경기에서 15승 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34로 퓨처스리그를 지배, 경찰 야구단의 창단 첫 우승에 주역이 됐다.
지난달 말 두산으로 자리를 옮긴 김경원(40) 전 경찰청 투수코치는 직접 지도했던 우규민에 대해 "입대 당시 공은 좋았다. 다만 허리가 좋지 않아 입단 초기에는 재활에 힘 쏟게 했다"고 기억했다. 또한 우규민의 선발 전환의 배경으로 "우규민과 이야기를 해 보니 매일 대기하는 것이 버거웠다고 하더라. 그래서 유승안 감독과 상의해서 선발 전환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규민의 활약 배경으로 김 코치는 "무엇보다 책임감을 심어주려 노력했다. 그리고 우규민도 거기에 부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2군이지만 항상 이기고 실점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정신적인 부분에서 많이 성장한 게 느껴진다"고 짚었다.
김 코치는 장원준이 배울 점도 우규민의 사례에서 찾았다. 그는 "장원준이 대표팀에서 면제를 받은 좌완 또래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았다. 그렇지만 이미 팀에서는 에이스 역할을 했다. 기량 면에서는 더 이상 보완할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고 칭찬을 했다.
이어 김 코치는 "그렇지만 경찰청에 와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 장원준이 2군에서 던지다 보면 자칫 해이해 질 수 있다. 속으로 '이 정도면 가볍게 타자를 잡을 수 있겠다'라고 방심할 수가 있는 것"이라며 "선수는 그러면 안 된다. 2군 타자들도 장원준이 방심하면 얻어맞는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어떤 타자를 상대하더라도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 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이 장원준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 한다"고 밝혔다.
거기에 김 코치는 "장원준은 이미 기량은 검증됐다. 이제 그 기량을 어떻게 표현할지,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계 발전하느냐 마느냐는 본인에게 달렸다. 아마 실제로 뛰다보면 자기도 정신적인 면의 중요성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자는 에서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는 말을 남겼다. 세 사람이 걸어가도 그 속에는 반드시 스승이 있다는 말이다. 좋은 것은 좇으면 되고, 나쁜 것은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 결국 배움에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2년 뒤 한 단계 더 발전해 돌아올 장원준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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