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가 5년 만의 아시아 왕좌 탈환에 실패했다.
전북 현대는 5일 저녁 전주 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알 사드(카타르)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011' 결승전에서 이승현이 후반 종료 직전 2-2 동점골을 넣었지만 승부차기에서 2-4로 패배했다. 전북은 지난 2006년 대회 우승 이후 5년 만의 왕좌 탈환을 눈 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연장전에서 승부를 뒤집지 못한 전북은 승부차기에서 2번째 키커로 나선 김동찬이 정면으로 차 골키퍼에게 막혔다. 전북은 알 사드의 3번째 키커 이정수의 킥이 크로스바를 강타하며 동점 찬스를 잡았지만, 3번째 키커 박원재도 실패하며 2-4로 패배하고 말았다.

K리그에서 시즌 내내 '닥공'을 펼친 전북은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그 모습을 이어갔다. 전북은 중원에서의 패스와 측면에서의 빠른 돌파를 이용해 알 사드를 괴롭혔다. 이에 비해 알 사드는 마마두 니앙과 압둘 카데르 케이타를 전방에 놓고 공격을 펼칠 뿐이었다.
당연히 선수 전원이 공격하는 전북이 쉽게 우위를 점했다. 특히 좌우 측면의 서정진과 에닝요가 수시로 자리를 바꾸며 알 사드를 당황케 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알 사드는 파울로 전북의 공격을 끊는 데 급급했다.
그렇지만 박스 근처에서의 파울은 알 사드에 치명적이었다. K리그 역대 프리킥 최다골 기록을 갖고 있는 에닝요가 있었기 때문. 에닝요는 전반 17분 박스 왼쪽 모서리서 얻은 프리킥을 직접 슈팅으로 연결, 알 사드의 골망을 갈랐다. 먼 포스트로 직접 꽂히는 명품 프리킥 골이었다. 알 사드 골키퍼 모하메드 사크르는 예측을 잘못했는지 꿈쩍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전북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반 29분 동점골을 허용한 것. 자책골이었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케이타가 올린 크로스를 문전에서 처리하려던 심우연의 머리에 맞고 그대로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전북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아쉬운 동점골이었다.
전북은 후반 5분 수비형 미드필더 정훈 대신 공격수 김동찬을 투입하며 공격의 고삐를 더욱 거센 공세를 퍼부었다. 자책골로 인한 침체는 전혀 없었다. 전북이 공세를 늦추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수비수 모하메드 카소라를 빼고 미드필더 타히르 자카리야 유 무하마드를 넣으며 맞불을 놓았다.
선수 교체로 인한 분위기 전환은 알 사드에 효과가 있었다. 후반 15분 아크 정면에서 공을 잡은 케이타가 역전골을 성공시킨 것. 케이타는 아크 왼쪽에서 공을 잡아 트래핑을 한 번 가져간 후 슈팅을 시도, 전북의 골망을 흔들었다.
역전골을 허용한 전북은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공격의 빈도는 더욱 높아졌다. 특히 후반 23분 코너킥 상황에서 김동찬이 시도한 헤딩슛과 오버헤드킥은 골포스트와 상대 수비수의 머리에 맞으며 아쉽게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전북은 후반 25분 루이스와 서정진 대신 이동국과 이승현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총력을 다해 동점골을 노리겠다는 최강희 감독의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분위기를 좀처럼 가져오지 못했다. 공격은 주도했지만 알 사드의 침대 축구에 시간이 지체되며 흐름이 계속해 끊겼다.

그러나 전북은 알 사드의 침대 축구에 당하지 않았다. 알 사드가 경기를 지연함에도 흔들리지 않고 거세게 공격에 나섰다. 그 결과 전북은 후반 추가 시간 동점골에 성공했다. 주인공은 전북의 승부수 이승현이었다. 이승현은 에닝요가 올려준 코너킥을 먼 포스트서 헤딩으로 연결, 천금의 동점골을 터트렸다.
연장전의 분위기는 당연히 전북의 몫이었다. 알 사드는 긴 패스로 간간히 역습을 펼칠 뿐이었다. 물론 전북도 피해는 있었다. 전반전부터 많은 활동량을 보인 에닝요의 체력이 급저하된 것. 그러나 교체 카드는 없었다. 에닝요는 한 때 근육 경련까지 일으켰지만 고통을 참고 최선을 다했다.
전북은 연장 후반 8분 정성훈이 문전에서 회심의 슈팅으로 역전골을 노려봤지만 골키퍼의 손에 걸렸고,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도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며 아쉽게 골을 놓치고 말았다.
연장전에서 승부를 내지 못한 양 팀은 승부차기로 승부를 내게 됐다. 그러나 전북은 승부차기서 김동찬과 박원재가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패배했다.
▲ 승부차기 결과
알 사드 ○ ○ X ○ ○
전 북 ○ X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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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