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전면 광고와 오승환 MVP 해프닝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1.06 07: 35

지난달 31일,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날의 이야기입니다. 삼성 그룹의 홍보를 담당한 제일기획에서 OSEN에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OSEN 사진 가운데 하나를 구입해 광고에 쓰고 싶다는 제의였습니다. 어떤 사진을 선택할지 관심을 모았고, 결국 그들이 선택한 사진은 바로 이 사진이었죠.
사진이 온통 '1'로 가득합니다. 우승에 기뻐하는 삼성 선수들은 내가 챔피언이라는 의미로 약속이나 한 듯 검지를 치켜세웠습니다. 그리고 마침 이 사진에서 유일하게 등을 보인 선수, 바로 투수 윤성환입니다. 윤성환의 등번호 1번은 또 다시 '우리가 1등'이라는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제일기획은 아마 이것까지 생각한 뒤 이 사진을 선택했겠죠.
삼성의 올 시즌 우승이 더욱 값진 이유는 무리한 외부수혈 보다는 육성 자원을 위주로 우승까지 일궈낸 데 있습니다. 지난 2005년과 2006년 우승이 심정수-박진만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100억 듀오'의 역할이 컸지만 2011년은 탄탄한 마운드에 집중력 있는 타선을 앞세워 우승을 따냈습니다. 한때 '우승 조급증'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삼성이지만, 올해 성과는 그와 거리가 멀었죠.

그리고 삼성의 우승이 더욱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투타 핵심이었던 최형우-오승환의 휴먼 스토리에 있습니다. 최형우는 알려졌다시피 삼성에서 한 번 방출된 후 다시 삼성에 들어왔습니다. 2008년 신인왕을 시작으로 점점 성장하더니 올 시즌 타율 3할4푼 30홈런 118타점을 쓸어담았죠. 또한 오승환은 지난 2년간의 부상 공백을 딛고 올 시즌 47세이브를 올리며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이제 관심사는 시즌 MVP의 향방입니다. 이미 KIA의 윤석민은 투수부문 4관왕을 차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었죠. 거기에 같은 팀 동료인 최형우-오승환이 도전하는 형국입니다. 아무래도 표가 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이때, 오승환은 지난 3일 돌연 MVP 사퇴 의사를 표명합니다. 삼성 구단은 발 빠르게 보도 자료를 통해 이 사실을 각 언론사에 알렸죠. 하지만 여론은 싸늘했습니다. 한 해 가장 훌륭한 성적을 거둔 선수를 뽑는 상에 정치적 계산이 끼어들었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결국 오승환은 인터뷰를 통해 "그런 의도가 아니라 팀 후배인 형우를 생각한 것일 뿐이다. 석민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고 윤석민 역시 "이해 한다"는 반응을 보여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오승환의 자진사퇴 논란을 보며 다시 광고 사진이 떠올랐습니다. 올 시즌 삼성은 '1등을 위한 최선'이 아닌 '최선의 결과 1등'이란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사진은 온통 '1'로 가득합니다. 너무 많은 '1'은 오히려 '1이 아니면 안 된다'라는 느낌까지 듭니다. 오승환의 MVP 사퇴 논란도 결국 삼성에서 '선수 가운데 1등'이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합니다.
시즌 MVP는 후보 선수간의 겨루기가 아니라 생각이 다른 투표인단의 의견이 갈린 결과물입니다. 누가 더 낫고 못한 게 아니라 MVP 후보에 이름이 올라갔다는 사실 만으로도 모두 똑같이 훌륭한 선수입니다. 7일 오후 2시에 있을 MVP 시상식에서 누가 수상하던지 간에 나머지 선수에게도 수상자와 똑같은 갈채를 보내줬으면 합니다.
/신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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